“4대 독자인 제 첫 아이가 다운증후군과 지적장애를 진단받았을 때는 그야말로 망연했어요. 아내와 나 둘 중 누구의 잘못으로 장애아동을 낳게 됐는지, 나는 하나님을 열심히 믿었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신앙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죠.”
천경태(63) 애틀랜타 제일장로교회 시무장로는 아들 죠셉 천(27·한국이름 성준)군이 태어났을 당시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태어난 지 한 달 지난 아들이 감기에 걸려 아내 천은숙 권사와 함께 병원에 방문했는데, 의사가 ‘다운증후군’이라는 뜻밖의 소견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국민일보 빌딩 종교국 스튜디오에서 만난 천 장로는 아내와의 갈등, 신앙에 대한 회의감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의지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천 장로가 어려운 시기 붙잡았던 성경 구절은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요 9:3)라는 말씀이다. 천 장로는 이 말씀에 ‘요구삼’이라는 별명을 붙여 어려울 때마다 이 말씀을 붙들고 무릎으로 하나님께 나아갔다고 귀띔했다.
그는 “요구삼 말씀은 장애가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낸다고 말한다”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말씀을 믿음으로 받으며 살아가니 보이지 않는 길도 나아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천 장로는 죠셉군이 하나님께서 주신 아들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아들이 2~3살 시절부터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기도와 예배 참석 등 신앙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은 물론, 태권도와 사이클링(자전거), 수영, 바이올린 등 예체능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그 결과 죠셉군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발달장애인 엘리트 스포츠 대회 ‘버투스글로벌게임(Virtus Global Games·구 INAS Global Games)’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태권도 부문 은메달을 차지했다.
천 장로는 “죠셉이는 지적장애로 인해 자신이 필사하는 내용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함에도 비행기를 탈 때는 비행시간 내내 성경을 필사하는 것은 물론, 잘 때도 베개 밑에 성경을 넣을 정도로 말씀과 예수님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자랐다”며 “또 오케스트라 활동과 지역 대회 출전 등 누구보다 활발하게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인식으로 장애아동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고 하는 부모들을 향한 조언도 있었다. 천 장로는 “나 역시 때때로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게 당당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죠셉이 또래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나 운동선수들을 볼 때면 ‘우리 애가 장애가 아니면 더 잘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러나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열심히 가르치려고 노력하다 보면 비장애인들도 장애인을 보며 자신을 비춰보고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등 좋은 이웃과 좋은 사회를 만드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 장로는 끝으로 교회들에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가 장애인 예배를 열뿐만 아니라 장애 전반에 대해 폭넓게 포용해주길 바란다”며 “교회에는 다양하고 영향력 있는 인력이 있는데 그 인력을 단순히 예배하는 데만 활용하는 것이 아닌, 제자훈련의 일환으로 교회 내 다양한 달란트를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아동을 둔 아버지들을 위한 아버지 학교나 지적 장애인을 위한 학업 교육, 장애아동 개개인을 위한 세세한 기도 등 실질적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