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미디어 시대 건너는 법’ 마지막 시리즈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세계관 충돌을 겪는 한국교회를 위한 기독교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시한다. 4인의 기독 문화 전문가는 교계 차원에서 기독인의 신앙 성장과 복음전파를 위해 실천할 수 미디어 교육·활용 방안을 주문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속 정보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별하는 주체적 능력이다.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였던 마셜 매클루언은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했다. 특정 콘텐츠를 유통하는 미디어는 대중이 ‘무엇을’, ‘어떻게’ 볼지 무의식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세계관은 어떤 지식이나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정의한다. 성경적 가치와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 기독교인은 미디어를 통해 유입되는 세속적 세계관과 필연적 충돌을 겪는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속적 세계관은 역사적 과정을 거쳐 자연 발생한 사상 경험 종교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성경적 세계관은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에서 형성된 것”이라며 “성경적 세계관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기독교인은 세계관 충돌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수진 장신대 미디어트랙 교수는 “한국교회가 세계관 충돌을 겪는 원인은 시대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는 문화 지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속사회와 미디어 환경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교회 관습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교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 원장은 “지난 10년과 비교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연구는 오히려 감소했다”며 “미디어 환경이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교회 현장은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강한 영향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세계관 충돌을 이유로 미디어를 비판하고 회피해야 할까. 작년 1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조사한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에 따르면 개신교 중 “미디어를 통해 신앙 성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년 사이 1%에서 19%로 20배 증가했다. 이는 미디어가 흥미 재미 위주의 오락거리에서 실질적 신앙 성장을 돕는 가치생산물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 교수는 “미디어 자체가 문화가 된 시대다. 한국교회는 미디어를 기독교 관점에서 활용 방안을 고민할 때”라며 “기독교인들에게는 미디어를 단순히 분별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디어환경이 변하고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미디어리터러시의 개념은 기존 읽고 분석·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 참여·제작의 과정까지 확대되고 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가 ‘신앙인으로서의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를 개발해야 한다”며 “기독교 미디어 콘텐츠의 지속적 창작을 위해 창의성을 가진 젊은 세대에게 교계 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격려를 제공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적리더인 목회자들은 성도들에게 미디어리터러시를 가르칠 의무가 있다”며 “신학교마다 기독교 미디어 교육도 실시하고 신학생들은 기독교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 콘텐츠 제작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은 “미디어 세계에 등장한 콘텐츠들을 기독교 세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능력의 함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개봉해 8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를 예시로 들며 “영화에 나오는 기쁨 불안 등 인간 기본적 생각 감정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풀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 역시 “한국교회는 시대 정서를 파악해 기독교적으로 포용·치유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도 제시됐다. 신앙 유튜버인 최진헌 전도사는 “1인 미디어 시대 흐름에 맞춰 적극 활용하라”고 제언했다. 최 전도사는 “1인 미디어 시대를 사는 기독인에게 미디어는 ‘복음전파의 창구’다. 개인 미디어와 SNS를 통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알리고 올바른 복음을 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기독교 미디어 플랫폼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기독 언론과 방송기관이 양질의 기독교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OTT와 플랫폼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 기독교 미디어 OTT 플랫폼의 예시로는 기독교 방송사 CTS가 오픈한 'CTS JOYGO(조이고)'와 CGNTV가 출시한 ‘퐁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목회자 설교와 기독교 명작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기독교 콘텐츠를 제공한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