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믿으면서 진화 수용할 수 있나…신앙 안에서 유신진화론과 대화하는 법은?

입력 2024-07-21 11:39 수정 2024-07-22 15:01
신국현 부림교회 목사가 20일 창조론오픈포럼을 앞두고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국현 목사 제공

“과학과 신앙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신국현 서울 부림교회 목사(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박사)가 20일 온라인 줌에서 열린 제52회 창조론오픈포럼에서 ‘유신진화론 창조해석의 신학적 한계와 전통적 창조론과의 대화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유신진화론과 전통적 창조론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신진화론은 진화론과 기독교 신앙을 결합한 이론으로, 신 목사는 이 개념이 미국 식물학자 아사 그레이(1810~1888)에 의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레이는 과학계와 기독교계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창세기 해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목사는 “유신진화론자들이 과학과 진화론을 혼동시켜, 마치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과학을 부정하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과학 분야(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등)가 진화론적 틀 안에 있다고 믿고, 진화론을 부정하면 과학을 부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신 목사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이론인 창조과학과 지적설계 이론을 소개하며 “이 분야에서도 많은 과학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진화론은 완전한 이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화론은 무에서 유(없던 것이 생겨나는 것), 물질에서 생명으로의 전환을 설명하지 못하며, 진화론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이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의 정의를 인용하며 “유신진화론자들은 우주가 약 140억 년 전에 창조됐고, 생명이 존재하기에 적합하게 조율됐다고 본다. 생명의 기원은 불확실하지만, 진화와 자연선택을 통해 생물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이 형성됐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알래스터 맥그래스, 프랜시스 콜린스, 데보라 하스마, 존 월튼 등의 유신진화론자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유신진화론자 중에는 하나님의 완전한 창조와 아담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유신진화론과 전통적 창조론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신 목사의 주장이다. 그는 “성경 중심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과학적 발견과 이론을 존중할 수 있다”며 “유신진화론자들과 전통적 창조론자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는 오해를 풀고 신앙과 과학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성경에 대한 깊은 연구와 해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신진화론자들을 향해서는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성경의 내용은 모두 진리이며 오류가 없다는 믿음)을 인정할 것’, 전통적 창조론자들을 향해서는 ‘과학적 발견을 존중하며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러한 대화와 협력은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신학적 이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신 박사는 “서로의 입장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를 이어가야 하며,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앙과 과학적 이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신 목사는 지난 2월 ‘창조를 믿으면서, 진화를 수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담은 책 ‘유신진화론과의 대화’(세움북스)를 펴낸 바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