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가 마비된 날 풍경 [뉴스톡!]

입력 2024-07-20 05:44
크라우드스트라이크사의 실수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부 중단되면서 미국에서 항공편이 대거 취소됐다.

“우리는 누군가 일으킬 보안 사고를 방지합니다.”

에 20일 접속하니 이런 문구가 떴습니다. 이 회사가 전날 전세계에 일으킨 사고는 이 시간에도 계속 진행중입니다.

크라우드 스트라이크 홈페이지 영상

미국에선 40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됐습니다. 다시 복구 중이지만 아직 완전하진 않습니다. 영국 스카이뉴스 채널은 방송을 일시 중단햇습니다. 미국 스타벅스에선 드라이브쓰루와 사이렌 오더가 작동을 안 했습니다. 은행, 증권거래소, 공항과 병원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을 신고하려고 해도 신고 접수 시스템도 작동을 안 했습니다. 국한국에선 펄어비스 그래비티의 게임에 접속이 안됐습니다.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크라우드 스트라이크가 만든 보안프로그램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해 컴퓨터가 켜졌다 꺼졌다를 무한 반복한 겁니다. 이 회사 대표인 조지 커츠는 사태가 발생한지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이렇게 밝혔습니다.

“보안이나 사이버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고객은 완벽하게 보호됩니다.”

크라우스 스트라이크 대표의 트위터 계정 메시지

문제를 일으킨 회사 스스로 (원인은) 별게 아니라고 했는데, 지구촌 곳곳이 마비됐습니다. 해커들의 공격도 아니었고 악성 바이러스 프로그램의 음모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작은 실수 하나가 비행기와 은행과 방송과 게임까지 마비시켰다는 점이 오히려 더 충격적입니다. 이런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클라우드 서비스란 인터넷에 연결된 데이터센터에 프로그램과 데이터 등을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통신 기술입니다. 비용 문제도 관리 문제도 보안 문제도 해결해주는 ‘솔루션’이죠. 항공사도 금융회사도 게임회사와 방송국까지도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세계 클라우드 서비스의 30%를 아마존이, 20%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만 중단되면 전세계 인터넷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 버리는 셈이네요.

X에는 어제 오늘 벌어진 이 사건의 다양한 목격담과 이야기가 올라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모니터에도 블루스크린이 떴습니다.


일본의 유니클로 매장 대형 전광판에도 파란 바탕에 에러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공항 데스크에도 파란 화면 일색.



클라우드 서비스 하나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데, 다른 분야는 어떨까요? 원자력 발전소 운영 시스템이 작동을 중단한다면? 거대한 화물선과 여객기, 자동차의 위치를 알려주는 GPS시스템이 고장난다면? 선거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계속 무시할 수 있을까요?

당장 저부터도 문제네요. 10년 넘게 아이들과 찍은 사진들, 업무용으로 기록한 데이터들이 네이버 클라우드와 구글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안이 딱히 없다는 점입니다. 노트북 컴퓨터 옆에 원고지와 연필을 가져다 놓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데 또 종이 신문을 구독한다는 것도 번거롭습니다. (만약 국민일보를 구독하겠다면 제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외장 하드디스크를 하나쯤 구비해두고 문서나 사진을 직접 저장해두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비행기 티켓을 항공사 컴퓨터에만 저장하지 말고 내 스마트폰에도 저장해서 인증이 안되더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출장용 기차표는 종이로도 인쇄를 해두는게 안전할 수 있겠네요. 회사와 집의 중요한 서류들도 마찬가지. 아, 사진을 아예 좀 출력을 해두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이 참에 애플의 맥으로 옮겨갈 핑계를 찾으면 어떨까요.



김지방 디지털뉴스센터장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