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와 한동훈 후보가 마지막 당대표 TV토론에서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를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나 후보는 19일 서울 SBS 목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것을 언급하며 “만약 기소 된다면 공소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느냐”고 한 후보에게 물었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나 후보는 당시 당직도 아니었고, 개인 차원의 부탁하신 것이었다”고 답했다.
나 후보는 “그게 개인 차원인가. 제가 제 것만 빼달라고 했나”라며 “한 후보 똑바로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 후보는 거듭 “네”라고 답했다. 이에 나 후보는 “저를 이렇게 모욕하실 수가 있나”라며 “제가 27명의 의원들이 기소됐고, 우리 걸 공소 취소하려면 야당 의원도 같이 공소취소 해야 하니 같이 해달라고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사건 당사자가 법무부 장관에게 사건 공소취소를 요구한 것은 잘못된 것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구체적 사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도 한 후보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입 리스크’가 우리 당의 가장 큰 신종 위험으로 떠올랐다”며 “모든 당원이 대표는커녕 당원으로서 최소한의 동지 의식도 없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개인 대화를 폭로해 자신을 방어하고 도망가기 위해 끌어들이는 것은 우발적이 아니라, 한 후보의 말싸움 패턴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습관”이라며 “아직도 (본인은) 검사, 상대는 피의자로 생각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는 “(공소 취소 부탁은) 이재명 전 대표 구속을 왜 못 했냐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해서 답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를 들었던 것”이라며 “원 후보는 왜 저와 영부인 사이에 있었던 문자를 왜 폭로했나”라고 역공했다.
당권 주자들 간의 신경전은 장외에서도 이어졌다. 한 후보는 토론 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당을 위해 몸을 던진 것에 고맙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실질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입장과 정치인의 입장은 다르다”라며 “법무부 장관은 개별사건에 관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할 일이 아닌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사과가 사과가 아니라는 게, 어제오늘 토론회에서 밝혀지지 않았나”라며 “마치 개인적 부탁처럼 이야기해 제 명예 자체도 훼손됐고, 같이 투쟁한 동료 의원의 명예도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