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통화내역에 ‘구명 의혹’ 이종호 등 단톡방 멤버 없었다

입력 2024-07-18 21:23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오른쪽)이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연합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의 통화 내역에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단체대화방 멤버들의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는 18일 임 전 사단장이 지난해 7월 28일~8월 9일 주고 받은 전화·문자 내역을 확보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사건을 심리하는 군사법원이 통신사로부터 제출 받은 것이다. 이 내역에 임 전 사단장이 이 전 대표 및 대통령실 경호처 출신 송모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김규현 변호사는 ‘멋쟁해병’ 단톡방 멤버들과의 통화 내용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공익신고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9일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송씨에게 임 전 사단장 사퇴를 만류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허세를 부린 것이고,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도 “이 전 대표는 일면식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 채상병 사건이 불거진 시기 송씨와 통화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사법원에는 대통령실 경호처 일반전화인 ‘02-800-7070’ 번호의 지난해 7월 31일 송수신 내역도 제출됐다. 당일 해당 번호로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진우 당시 법률비서관과 통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9분 이 번호 사용자는 조태용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32초간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쯤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진원지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는 게 격노설의 골자다.

이날 오전 11시43분, 이 번호 사용자는 주 비서관과 약 31초 통화했다. 10분 후인 오전 11시54분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2분48초간 통화했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사이 대통령실 경호처 일반전화로 국가안보실장, 법률비서관, 국방부장관 등 각 부문 주요 관계자와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 전 장관은 해당 번호 사용자와 통화한 직후 자신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전화기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했다. 이 통화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오후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오전까지 직무에 배제됐던 임 전 사단장은 직무에 복귀했다.

다만 이 번호로 전화를 건 사람이 실제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KT는 이 번호의 고객명이 대통령 경호처라고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실에 답변했다. KT는 “이 번호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2일 이 전 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 5월29일 해지됐다가 당일 재개통됐다”고 설명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순직 해병 사건과 관련하여 그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고, 어떠한 관여도 한 바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공수처의 전방위적 통화내역 조회에도 관련 통화내역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고 밝혔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