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코로나19 당시 지방자치단체가 종교시설에 내렸던 ‘집합금지 처분’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교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교계는 “종교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판결”이라며 반발하는 한편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면 예배 금지를 명령할 근거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광주 안디옥교회가 광주시를 상대로 낸 ‘집합금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안디옥교회는 2020년 8월 정부가 집합금지 명령을 발표한 이후 6차례 대면 예배를 드렸다. 이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교회 목사와 전도사 등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교회 측은 “집합금지 처분은 헌법 제20조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교분리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집합금지 처분이 종교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회의 불복으로 대법원은 2022년 5월부터 사건을 심리해 왔다.
대부분 교계는 그동안 정부 방침을 최대한 존중하며 방역수칙 준수에 최선을 다했다. 비대면 예배 등을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며 코로나19로 피해본 이들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은 교회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교회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면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소송에 나선 교회들은 정부가 종교에 차별 없이 동일한 조치를 하거나 감염 위험도가 비슷한 모임이나 시설에 대해 동일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다른 단체 시설의 모임과 행사보다 교회 모임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과학적 근거나 통계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날 판단에 대해서도 예배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고위 법관을 지낸 A 변호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종교의 자유가 질병 확산과 전염병 예방을 위해 제한될 수 있으나 헌법 제37조 2항에 따라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치를 지켰다면 다른 다중시설처럼 전염병 감염의 확산을 예방할 수 있었다. 예배까지 못 드리게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들면서 “미국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의해 예배 자체를 제한하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교회에 행정 명령(방역 조치)를 내릴 때 예배까지 금지하진 않았다”고 짚었다.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도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 유감을 표했다. 예자연 예배위원장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다른 종교와 차별해 기독교만 대면 예배를 금지시킨 광주시의 조치는 명백히 평등성과 형평성에 위배된 조치였다”며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도 100%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한 건 정부의 공권력 남용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상현 숭실대 법대 교수도 “설득력 있는 근거 자료 없이 전면적 금지조치를 취한 것은 최소 침해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향후 비슷한 상황일 일어났을 때도 구체적인 자료나 설득력 있는 근거 자료 없이 전면적으로 예배를 금지할 근거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집합금지 처분 관련 소송에 대한 판결이 엇갈리면서 혼란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31개 교회가 모여 결성한 예자연이 2021년 1·2월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장과 은평구청장이 내린 대면예배 집합금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은 이듬해 6월 “교회의 대면예배 위험성이 집합금지를 해야 할 정도로 다른 시설에 비해 특별히 높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대면 예배 전면 금지는 위법하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아영 임보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