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만 성도의 수장 뽑는 감독회장 선거, 정책으로 맞붙는다

입력 2024-07-18 16:00 수정 2024-07-18 16:11
기감 제36회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에서 감독회장 후보로 등록한 윤보환 김정석 이광호 목사(등록순).

113만명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 이철 목사) 교인들의 대표를 뽑는 감독회장 선거가 4년 만에 열린다. 18일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선거 구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선거는 선거법 개정으로 투표권을 목사 1년 차까지 대폭 확대한 뒤 열리는 첫 감독회장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개정 취지대로 학연과 금권의 영향이 줄어들고 정책 중심 선거로 치러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감리회 본부에서 진행된 제36회 감독·감독회장 선거 후보 등록에는 3명의 감독회장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제33회 총회에서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지낸 윤보환 영광교회 목사와 서울남연회 제16대 감독을 역임한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 서울연회 제21대 감독을 역임한 이광호 도봉교회 목사(등록순)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가장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한 윤보환 목사는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윤 목사는 “1년 6개월간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지내며 감리교를 위한 비전을 가질 수 있었다”며 “이미 적응을 마쳤고 목표를 향해 달릴 일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교단 발전을 위해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감독회장 직속 위원회의 상설화, 은퇴 목회자에게 120만 원의 연금(은급비) 지급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정석 목사는 ‘실천력’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서울남연회 감독 재직 당시 135개 미자립교회 목사들에게 매월 70만 원씩 생활비를 지원하는 ‘웨슬리선교기금’ 프로젝트의 기반을 닦은 바 있다. 감독회장이 되면 해당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문 기금운용팀을 통한 연금(은급) 제도 개선과 ‘작은 총회 큰 연회’의 교단 구조 재편, 교단 위상 재고를 위한 세계 교회와 협력 선교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광호 목사는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 목사는 감리교회가 선거 제도 문제로 인해 혼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회의 미래를 위해 출마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당선 시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제비뽑기 형식으로 선거 제도를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연회에 투입되는 과도한 행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의 213개 지방회를 50~60개로 줄이는 광역 지방회 제도 도입이 이 목사의 핵심 공약이다.

이밖에 이번 후보 등록 기간 11개 연회에서 20명이 감독 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다.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황병원 목사)는 19일부터 후보 심의에 들어간다. 26일에는 후보자를 확정하고, 기호 추첨 및 후보자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음 달 22일에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선거권자를 확정한다. 8~9월 사이에 합동정책발표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선거는 9월 26일에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감독회장과 감독은 각각 4년과 2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황병원 목사는 “이번 감독회장 선거에서는 정회원의 의무를 지킨 모든 목회자와 같은 수의 평신도에게 선거권을 준다”며 “이렇게 되면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1만80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권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금권선거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정책선거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젊은이들을 겨냥한 정책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두고 경쟁할 수 있도록 선관위에서는 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정책발표회를 가능한 한 많이 개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