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경남 거제 산달도 산달교회에 부임한 이만 목사는 교회 부흥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시도하지 않은 사역이 없었다. 하지만 힘들게 농사지은 고구마는 판로를 찾지 못해 겨우내 얼어서 버리게 됐고 양파는 너무 시세가 낮아 주변에 공짜로 나눠줬다. 청계를 활용한 유정란 판매도 시작했으나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 포기하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도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교회가 활용할 만한 주변 환경을 살펴보니 예배당 창밖으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아름다운 ‘오션뷰’ 카페 ‘토브’의 시작이었다. 이 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카페 주변엔 별다른 관광지가 없는데도 카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조용했던 교회도 활기를 띠었다”고 설명했다.
산달교회처럼 교회 환경과 주민의 필요를 간파하며 건강하게 사역하고 있는 교회 사례들이 소개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농어촌선교부가 최근 세종시 세상의빛교회(전세광 목사)에서 개최한 선교대회에서는 주변 지형과 주민의 필요를 간파한 사역들이 주목을 받았다.
산달교회는 카페뿐만이 아니라 기타 동호회 ‘와이크라’ 모임을 카페에서 열고 공연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농어촌 목회자들에게 ‘자주’ 보고 ‘자세히’ 보면 길이 보인다고 강조한다. 지역이든 성도든 원하는 사역이든 끈질기게 관심을 갖다 보면 하나님께서 좋은 아이디어를 주신다”고 확신했다.
충남 공주 농기교회(정해일 전도사)에는 예배당보다 유명한 찜질방이 있다. 정해일 전도사가 직접 연구해 만든 공간이다. 모여 앉으면 2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찜질방은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뻐근한 몸을 달래는 쉼터다.
정 전도사는 “시골에 무릎 허리 아프지 않은 어르신이 없다는 생각에 찜질방을 운영하는 타 지역 교회 아이디어를 얻어 소규모 찜질방을 만들었다”며 “주민들이 찾아오는 교회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탁구장 등 모임 장소를 많이 꾸몄더니 주일 예배에 30명가량이 참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수님의 제자들도 많이 배우지 못한 시골 사람들이었지만 역사를 이뤘듯이 농어촌교회 목회자들도 당장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복음이 전해지리라는 것을 믿고 부지런히 사역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세광 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 회장은 “농어촌 사회 위기 가운데서도 목회 현장을 지키는 동역자들께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며 “현실의 장벽을 딛고 일어서서 더 나은 희망을 발견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