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金’…전 세계 중앙은행도 사 모은다

입력 2024-07-17 18:43
한 직원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골드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피격 사건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것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할 것이란 예상도 금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각국 중앙은행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 오른 온스당 2467.80달러를 기록해 지난 5월 20일 이후 2개월 만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으로 17일 오후 4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0.14% 내린 온스당 2465.6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금값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서 운영하는 KRX금시장에서 1㎏당 금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10만3410원으로 지난해 말(8만6340원)보다 19.77% 올랐다. 1㎏당 금 가격은 지난 4월 16일 11만700원으로 연중 고점을 기록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26% 올랐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중국과 대만 간의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금 가격이 오르는 요인이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도 금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국내외 장내 금 현물시장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290t으로 2000년 이후 1분기 집계치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의 매입 규모는 전체 글로벌 금 수요의 약 23%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 매수세가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은행이 보유하던 6000억 달러(약 826조원) 중 해외 금융기관에 있던 3000억 달러가 동결된 경험을 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2000년 이후 3번의 경기침체 기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금 가격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베르나르 다다 애널리스트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중 관계는 더 악화할 것이고 중앙은행들은 달러의 대안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