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복숭아 AI가 선별한다

입력 2024-07-18 09:01

유통업계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 응대를 돕는 ‘챗봇’에 AI를 일부 활용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물건 선별, 신제품 개발 등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는 데에 AI가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식품업계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슈퍼는 국내 최초로 ‘AI 선별 시스템’을 통해 선별한 아삭한 복숭아를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AI 선별 아삭한 복숭아’는 실시간 결함 탐지가 가능한 ‘고속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색상이나 당도, 흠집 등 결점 요소를 정밀하게 검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형·병충해·돌연변이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핵할(씨 갈라짐 현상)까지도 선별할 수 있다. 롯데마트·슈퍼는 지난 4월부터 AI 선별 시스템으로 수박과 참외를 선별해 판매하기도 했다.

레시피 개발에 AI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SPC 배스킨라빈스가 구글플레이와 함께 개발한 신제품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구글의 최신 인공지능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개발됐다. 또한 SPC그룹은 지난 5월 부산에 연 ‘던킨 부산역 라마다점’ 메뉴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해 남포동 씨앗호떡 츄이스티, 광안리 소금우유 크림도넛 등 지역특화 도넛 신메뉴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고객 맞춤형 스타일·사이즈를 추천하는 데 AI를 활용한다. SK스토아가 지난 5월 홈쇼핑 최초로 AI 기반 서비스 ‘사이즈톡’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성별과 키, 몸무게를 입력하면 해당 상품의 추천 사이즈를 제안해주는 서비스다. 에이블리는 쇼핑몰 상품을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는 ‘AI 프로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에이블리 앱 마이페이지에서 ‘AI 프로필 만들기’에 들어간 후 취향에 맞는 쇼핑몰을 선택하고 얼굴 사진을 업로드하면 이용가능하다.

고객 응대 시스템도 정교화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이달 초 선보인 자연어 처리 기술 기반 ‘AI 챗봇 서비스’는 단순 답변형 질문 말고도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맞춤형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연도별 회계연도 기준 전화 상담 이용 고객은 2021년 60%, 2022년 52%, 지난해 44%로 하락세인 반면 채팅 상담 이용고객은 같은기간 23%, 33%, 42%로 성장했다.

롯데온이 지난달 새롭게 개편한 AI 쇼핑 도우미 ‘샬롯’은 생성형 AI로 고객 리뷰를 분석 후 핵심 구절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AI 리뷰 추천’, 원하는 상품의 사진과 유사도가 높은 관련 상품을 제안하는 ‘AI 이미지 인식 스타일 추천’ 등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통해 선별된 제품은 고객에게 일정한 품질을 제공할 수 있고 직원들에게는 효율적인 업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소비 트렌드 변화가 빠른 만큼 유통의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AI 역량 강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