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주재 北외교관, 한국 망명… 태영호 이후 최고위급

입력 2024-07-16 11:25 수정 2024-07-16 14:47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일규(52) 정치 담당 참사. 조선일보 제공

‘김정은 표창’까지 받았던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이 지난해 11월 망명해 국내에 정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귀순한 태영호 당시 주영국 북한 공사 이후 한국에 온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1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일규(52) 정치 담당 참사는 지난해 11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국내로 들어왔다.

1999년 외무성에 입부한 리 참사는 쿠바에서만 9년여간 근무한 대표적인 남미통이다. 지난 2013년 7월 쿠바에서 불법 무기를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된 북한 선박 ‘청천강호’ 사건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김정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리 참사는 상급 간부의 뇌물 요구와 업무 평가 등으로 북한 외무성 본부와 갈등을 겪다가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리 참사가 멕시코에서 질병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외무성이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쿠바 수교 움직임이 그의 탈북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주목된다. 리 참사가 탈북할 당시는 한국과 쿠바가 지난 2월 수교를 앞두고 한창 물밑 소통하던 때다. 리 참사는 탈북 전까지 쿠바 대사관에서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의 탈북이 확인된 건 2019년 7월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같은 해 9월 류현우 주쿠웨이트 대사대리 이후 처음이다.

리 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이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을 갈망하고 열망한다”며 “자식이 좀 나은 삶을 살려면 답은 통일밖에 없다는 생각을 누구나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성렬 전 미국 담당 부상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2019년 2월 중순 미국 간첩이란 혐의로 외무성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용호 전 외무상에 대해서도 주중 대사관 뇌물 사건에 연루돼 2019년 12월 일가 전체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