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선생님도 성범죄 조회하는데… 아이들과 밀접한 교회는?”

입력 2024-07-15 16:00
이명화(왼쪽)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이 15일 서울 중구 공간 새길에서 열린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공동대표 방인성 박유미)가 지난해 신규 접수한 교회 성폭력 사건 중 절반 이상이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서 발생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까지 44건(피해자 69명)의 교회 성폭력 사건을 상담했으며 목회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이 25건(57%)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각 교단이 목회자 검증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센터는 15일 서울 중구 공간 새길에서 포럼을 열고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도입을 촉구했다.

포럼에서는 종교인과 성도 사이 성폭력은 상하 관계가 형성되기 쉬운 만큼 높은 윤리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승혜 변호사(기독법률가회)는 “종교인과 성도의 사이는 일반 관계에서 터놓기 어려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심리적 밀착 관계가 형성된다”며 “또 종교시설은 아동·청소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종교인의 성범죄를 가중 처벌 하는 것은 합리적 차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화 아하청소년문화센터 센터장은 “현행법상 유치원 학교 등 교육기관이나 체육시설 의료기관에는 성범죄자 취업이 제한된다”며 “개인 과외 선생님이나 태권도장 선생님들도 성범죄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취업을 하는데 종교시설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공의로운 제안으로 기독교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목회자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단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고시위원회는 지난해 제108회 총회에 목사고시 응시자와 목사 임직자를 대상으로 ‘성범죄경력조회 및 범죄경력회보서’ 제출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청원했으며 현재 기초 법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전상건 목사)도 지난해 총회에서 목사 후보생과 목사고시 응시자 등이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의무 제출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으며 헌법위원회가 세부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교단법과 상관없이 목회자 청빙 시 범죄경력회보서 제출을 요구하는 교회도 늘고 있다.

박신원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실장은 “교단 성폭력 해결과 예방을 위해서는 교단과 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목회자 성범죄 관련 사실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가 신앙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신앙의 터전이 되도록 교회의 단호한 결단과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