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인천 로잔 4차대회와 한국교회

입력 2024-07-15 10:57

제4차 로잔대회가 오는 9월 한국에서 열린다. 로잔 운동은 1974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50년간 세계 복음주의 교회의 신학과 선교를 이끌어 왔다. 이번 대회가 특별한 이유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계 교회의 지형 변화 때문이다.

비서구 교회의 등장이 그 핵심이다. 이전까지 세계 교회의 신학과 선교는 서구 주도였다.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이 서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더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있다. 기독교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모든 곳에 교회가 존재하는 세계 기독교 시대가 열렸다. 이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되었으며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세계 교회의 신학과 선교도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이번 제4차 로잔대회에는 참가자 70% 이상이 비서구 교회 지도자들일 것이다. 이전 세 번의 대회와는 다른 주제와 시각이 논의될 것이다. 물론 로잔 74 대회에서 발표된 로잔 언약이 모든 논의의 신앙적 근거가 되겠지만, 그 내용과 실천 방식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변화의 시대에는 새로운 선지자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래서 4차 로잔대회에서는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 교회의 모습을 살펴보려 한다. 초대 교회는 성령의 임재를 기다렸고 선교적 공동체를 만들어 갔다. 고난을 당연하게 여기고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자로서 교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 세계 복음화의 대위임령을 향해 나아갈 때 직면한 장애물을 극복해 갔던 공동체였다.

오늘날 세계 교회는 새로운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인공지능 시대와 성적 정체성 혼란 앞에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 그리고 지리적 경계가 아니라 문화적, 인종적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선교적 과제가 주어졌다. 4차 로잔대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다.

이번 대회의 핵심어 중 하나는 다중심성(Polycentric)이다. 이제까지 서구 교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도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서구 중심에서 비서구 교회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해석한다면 오해다. 이 경우 우리가 비판하는 서구의 힘에 의한 선교가 우리로 인해 재현되는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다중심성의 진정한 의미는 더 이상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세계의 모든 교회는 그분을 중심으로 함께 나아가는 친구다. 서로에게 동등한 친구가 되지 않는 한, 진정한 세계 교회는 만들어질 수 없다.

한국 교회가 세계를 이끌어 가는 시대가 왔다거나 한국교회가 비서구 선교 운동을 주도해야 한다는 등의 구호는 새롭게 등장하는 세계 교회의 모습을 훼손하는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30년까지 선교사 10만명을 보내자던 구호가 이제는 무색해진 한국교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중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서로를 존중하고 겸손히 나아가야 한다. 한국교회의 선교는 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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