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1시, 내부 바닥과 벽이 충격방지매트와 안전쿠션으로 둘러싸인 홀리킥 예배실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소리로 가득했다. 예배시간이라는 인도자의 안내와 함께 아이들은 갖고 놀던 장난감과 놀이활동을 정리하고 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장애학생들도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눈을 감고 기도의 손을 모아 예배를 준비했다.
서울 한성교회(도원욱 목사)의 ‘홀리킥 사랑부’가 발달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여름 캠프를 열었다.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자폐스펙트럼 등을 가진 21명의 장애학생을 포함한 30명의 참가자들과 그들을 돕는 42명의 교사들이 교회 5층 홀리킥 예배실에 모였다.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 캠프는 어린이부터 청소년, 일부 몇 명의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했다.
학생들은 “너와 나의 모습이 예수님 닮아~” 찬양을 부르며 율동으로 하나되는 모습이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 모두 친구들과 함께 몸동작을 맞추며 찬양했다. 찬양 이후에는 노신일 목사가 창세기 1장 27절을 본문을 토대로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우리를 보고 기뻐하신다”는 말씀을 전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사진 위주로 구성된 PPT와 재밌게 말씀을 전하는 노 목사로 인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오후에는 장애물 넘기, 공던지기와 같이 발달장애인들의 재활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체험활동도 진행됐다.
2023년에 신설된 ‘홀리킥 사랑부’는 노신일 목사(41)를 중심으로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예배를 섬기고자 만들어진 부서다. ‘홀리킥 사랑부’라는 명칭은 ‘거룩한 발차기’라는 뜻인 ‘홀리킥’처럼 ‘발달장애인들이 즐겁게 활동하며 거룩한 예배를 배울 수 있도록 사랑으로 돕겠다’는 사역 비전이 담겨 있다.
한성교회는 교회 건물 5층을 키즈카페와 체육관의 형태로 리모델링하고 ‘홀리킥 사랑부’를 위한 예배실을 만들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학생들이 모인 현재 매주 30여명이 오전 10시와 오후 12시에 시작되는 홀리킥 예배에 참석한다.
홀리킥 사랑부의 특징은 비장애 학생들과 장애학생들이 함께 예배와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예배실 자체가 놀이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서로 양보하고 약한 친구들은 도와줘야 한다’는 규칙을 지켜야만 참여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예배를 드리는 동안 소리를 질러도 괜찮고 뛰어다녀도 괜찮다. 하지만 예배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돕는 교사들이 일대일로 배치된다. 이를 위해 홀리킥 사랑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와 학부모는 모두 59명이다.
홀리킥 사랑부에서 찬양인도를 하는 김민지(23)씨는 전공이 육아특수학과로 장애인영유아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다. 김 씨는 “사역을 하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것이 가장 감사하다”며 “아이들이 점차 예배하는 태도가 변하는 것을 볼 때마다 놀라고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첫째아들과 예배할 곳을 찾다가 작년 4월 말부터 한성교회를 출석하게 된 박성희(56)씨도 만났다. 박 씨는 “올해부터 홀리킥 사랑부 교사로 헌신했다”며 “우리 아이들은 사랑감별사와도 같다. 교사들이 정말 긍휼히여기는 마음으로 대하는지 그저 사역으로 여기고 접근하는지 다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ADHD 자녀만 예배를 보내던 불신가정의 부모가 주일예배를 출석하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을 통해 그 부모와 가정까지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믿고 함께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노 목사는 “가만히 앉아서 예배드리는 것이 어려운 장애학생들이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며 “예배 도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를 이동해도 혼내지 않는다. 대신 예배가 적응될 때까지 기다리며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노 목사는 발달장애가 있는 여동생과 장애인사역을 하는 목회자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장애인 사역의 비전이 생겼다. MMA(종합격투기) 코치 자격증이 있는 그는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뒤 한성교회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주짓수를 가르치는 사역도 하고 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