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선거 후폭풍을 겪고 있는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향해 최대 후원 조직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공산당과의 선거 연대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산당과의 연대를 두고 야권 내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9월로 예정된 입헌민주당 차기 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11일 도쿄 당 본부에서 요시노 토모코 렌고 회장과 만났다. 요시노 회장은 공산당이 지원한 렌호 전 참의원이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것을 근거로 공산당과의 선거 협력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즈미 대표는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렌고는 공산당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에선 입헌민주당이 지원한 렌호 전 참의원 대신 고이케 유리코 지사를 지원했다.
요시노 회장은 회담 후 기자단에게 “공산당이 전면에 나서서 받지 못한 표도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렌고는 다음 중의원 선거에선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을 지원정당으로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내 정권교체 여론은 적지 않지만 야당들의 지지율은 답보세다. 이날 발표된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비율은 39.3%로 자민당 중심의 정권 지속을 원하는 비율(36.3%)보다 높았다. 하지만 제1야당임에도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은 12.4%로 자민당(22.5%)에 10%포인트 이상 뒤처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야권 내 노선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야권 거물인 오자와 이치로 입헌민주당 중의원은 “공산당을 배제한다 안 한다가 아닌 입헌민주당이 먼저 서야 한다”며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 등과도 힘을 합치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민주당에선 “입헌공산당 노선은 종말을 맞았다”면서 입헌민주당과의 연대 조건으로 공산당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9월로 예정된 입헌민주당 대표 선거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이즈미 대표는 당내 퇴진 목소리가 커지자 트위터에 “당내를 어지럽히는 움직임에는 동조할 여유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입헌민주당 창당을 주도했던 에다노 유키오 전 대표가 대표선거에 입후보할 의향을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당 혼란상은 정리되지 않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