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이봉주 “많은 분들께 희망을 드리고 싶다”

입력 2024-07-11 15:59
이봉주가 지난 9일 경기도 화성 반월체육공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운동화 끈을 묶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성=이한형 기자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다시 뛴다. 등이 굽는 희귀병과 마주했던 그는 많은 이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제는 자신이 느꼈던 고마움을 되돌려줄 차례다. 이봉주는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다. 삶이 정말 퍽퍽한 시기”라며 “제가 다시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이 힘을 얻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봉주는 일주일에 2~3회씩 1시간 내외의 운동을 하고 있다. 뛰거나 걷는 것은 물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지난 9일 경기도 화성 반월체육공원에서 이봉주를 만났다. 그는 “아파서 몇 년 동안 고생했는데 많은 분이 걱정을 해주셨다”며 “몸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다시 뛰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혼자 달리지 않는다. 오는 10월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2024 국제국민마라톤대회’에 가족과 함께 뛸 예정이다. 공식 홍보대사인 그는 ‘함께 달리며 행복을 찾자’는 대회 취지에 따라 아내와 아들에게 직접 마라톤 참여를 제안했다.

이봉주가 지난 9일 경기도 화성 반월체육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달리고 있다. 화성=이한형 기자

이봉주는 “마라톤 대회에 가족이 총출동하게 돼 남다른 기분이 든다. 더욱 뜻깊은 대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명의 가족이 마라톤 대회에서 같이 뛰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이봉주는 아내 김미순씨와 3.6㎞(국민가족런) 코스에, 아들 승진씨는 10㎞ 코스에 도전한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이들 가족은 공원 내 트랙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달리는 연습을 이어갔다. 아들 승진씨는 평소에도 킥복싱, 주짓수 등을 즐겼지만 아내 김씨는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운동의 필요성은 잘 알고 있었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어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나이가 들수록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큰 결심을 하게 됐다. 이번 국제국민마라톤대회를 계기로 꾸준히 달려보려고 한다”며 “가장 짧은 3.6㎞ 코스로 시작하지만, 차근차근 난이도를 높여 다음 대회 때는 10㎞ 코스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의 말을 듣던 이봉주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며 껄껄 웃었다.

이봉주(왼쪽)가 지난 9일 경기도 화성 반월체육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화성=이한형 기자

이봉주는 다른 마라톤 대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3.6㎞ 코스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3.6㎞ 정도면 걷거나 뛰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5㎞ 코스도 연습하지 않은 초심자가 뛰면 힘들 수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 손을 붙잡고 대회에 참가해 가족간의 끈끈한 정을 나누고 추억을 만드는 코스가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현역 시절 1996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2001 보스턴마라톤 우승 등으로 한국 육상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평생 엘리트 마라토너로 살았던 그는 “생활체육에서도 마라톤만큼 좋은 운동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달리는 건 운동화와 반바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한 번 뛰어본 사람들은 계속 뛴다. 땀을 쫙 흘리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활력이 생기는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첫 개최를 앞둔 국제국민마라톤대회가 하나의 축제가 되길 염원했다. 그는 “단순히 기록을 내는 대회가 아닌 온 가족이 나와 즐길 수 있는 마라톤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참가자들이 다음 기회에 또 한번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첫 대회가 치러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화성=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