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이원론적 관점 탈피, 탄탄한 재정구조 갖춰야”

입력 2024-07-11 15:45 수정 2024-07-12 16:37
선교지 기독대학 관련 인사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한국교계가 해외에 세운 기독대학이 도약하려면 세상과의 이원론적 관점과 교회화에 대한 유혹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신론과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한 시대 속에서 기독교 세계관에 충실한 교수진의 확보와 재정구조의 쇄신도 강조됐다.

교육선교 전문단체인 파우아교육협력재단(PAUA·이사장 손봉호)은 11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 청소년수련관에서 ‘선교지 대학의 방향성’을 주제로 제11회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2018년 미주 대회 이후 6년 만에 개최되는 행사다.

2017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파우아교육협력재단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역에 13개 대학과 9개 유·초·중·고교를 회원 학교로 두고 있다. 대부분 한국교계와 성도들의 후원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간다 쿠미대학과 몽골 국제울란바타르대학, 인도네시아 기독종합대학 등이 대표적이다.

장영백 파우아 사무총장은 “선교 지형의 변화에 따라 점차 변하고 있는 선교지 교육 현장에 대한 생생한 보고와 교육선교의 미래 및 방향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대회 이후에도 리더십 세미나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관련 피드백 등을 나눠 총서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콘퍼런스에선 선교지 대학이 발전하기 위한 필수적 방안들이 제시됐다. 우선 대학과 세상과의 이원론적 관점을 타파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선교지 대학은 대부분 비기독교적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갖고 구별되려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선교지 대학은 주변 사회와 문화에 대해 담대한 자세를 갖고 다가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수 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은 “적극적인 자세로 세상을 변혁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며 “선교지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미래 지도자들의 의식 구조를 성경적 관점에 따라 양육하고 형성하며 궁극적으로 그 나라를 변혁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콘퍼런스에 참가한 찬양팀이 찬양과 경배를 하고 있다.

‘교회화’의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대학은 그 자체의 고유한 업무와 관련해 국가나 교회, 사회의 여러 기구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정당한 권위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그리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나 교회가 아니라 대학”이라며 “이는 대학이 교회와 완전 별개로 존재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후원은 받되, 대학 고유의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는 교회화 일변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세계관에 충실한 구성원들(교수, 학생, 직원)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선교지 대학은 이질적 구성원들이 문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관은 인간 활동의 근본적 기초이며 방향잡이로 기능하는 만큼, 기독대학은 일관되고 통합적인 세계관, 즉 강력한 기독교적 삶의 체계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교수진은 반드시 기독교인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탄탄한 재정구조를 갖추는 것도 과제다. 선교지 기독대학이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선 인적, 물적 측면에서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다수의 기독대학이 빈약한 재정구조를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의 기본적인 경영을 후원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학의 소유주나 재단 이사회가 경영을 감당할 만큼의 재정구조를 갖추는 게 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선결조건이라는 분석이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