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여 축복해 주십시오.” 이 문장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 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10일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에 따르면 김영한 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온누리교회 선교관에서 열린 제1회 말씀기도목회세미나에서 ‘기도의 영성신학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김 원장은 강의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혼동하는 ‘강복’과 ‘축복’에 대해 바로잡았다.
김 원장은 “하나님이여 축복해 주옵소서라는 기도는 문법적으로 잘못됐다”며 “하나님은 강복(降福, 복을 내려주심)하시는 분이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복을 내리시도록 축복(祝福, 복을 빌어줌)하는 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도는 하나님이 강복하시기를 기도해야 한다”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도인이 피해야 할 ‘이방적 기도’의 특징도 소개했다. 김 박사는 “이방적 기도는 우주의 힘을 움직이는 열쇠로써 역할을 한다”며 “신약 사도행전의 마술사 시몬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이단들은 기도를 기복(출세 번영 성공 건강 장수 승진 부귀영화)의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하나님과 상관없이 기도를 자기과시를 위한 능력으로 이용한다”며 “이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기도를 단순한 간구의 도구가 아닌 하나님과의 인격적 소통으로 정의했다. 예수님의 겟세마네 기도를 언급한 그는 “예수님은 나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기를 간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개하고 하나님과 담을 이 없앨 것 △인격적인 신뢰 관계에서 믿음으로 구할 것 △하나님을 나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 뜻을 하나님 뜻에 맞출 것 △기도를 통해 자신의 변화를 도모할 것 △개인의 유익보다 공동체의 유익을 구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기도는 단순히 개인의 필요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중요한 도구”라며 “현대의 신자들이 기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칼빈대 신대원장을 지낸 오성종 교수도 한국교회를 향해 기도의 모범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초대교회의 기도 생활을 재조명하며, 현대 교회가 기도의 영성을 회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바울의 기도가 구한 것은 세상적이고 육적인 건강, 형통, 성공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며 “바울은 초대교회 교인들의 영성 형성과 성화의 진보를 위해 기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벽기도와 통성기도의 훌륭한 전통을 가진, 그러나 너무나 세속화되고 기복신앙에 물든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참고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