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중공업, 전자···재계 전반에 번진 ‘B급 감성’ 홍보

입력 2024-07-10 09:00 수정 2024-07-10 09:00
멕시코 출장 정보를 소개하는 코트라 홍보 영상. 코트라 유튜브 캡처

재미만 있으면 홍보 효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경제단체, 중공업, 전자 기업 등 ‘B급 감성’ 홍보와는 거리를 두던 곳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재미를 탑재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에 더해 채용 시장에서 기업의 이름을 알리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다.

B급 감성 콘텐츠는 세련미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두고 유치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의미한다. 재미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4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한 ‘홍보맨 슬릭백’ 영상이 대표적인 예다. 충주시청 유튜브 운영 전문관인 ‘충주맨’이 지난해 유행한 슬릭백(미끄러지듯 추는 춤)을 추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뚜껑이 열린 맨홀을 보여주는 영상은 전 국민에게 충주시 상수도 공사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4월 충주맨으로 활동하는 김선태 충주시청 주무관을 특강에 초청해 유튜브 등 홍보 전략에 대해 들었다. 충주맨은 코트라 유튜브 영상을 본 뒤 ‘영상의 길이가 길다’, ‘정보량이 많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라는 피드백 내용을 담아 식품 전시회에서의 먹방, 타코를 만들며 전달하는 멕시코 출장 정보, 두바이 출장 브이로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무역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코트라의 광범위한 주재원 네트워크가 가져오는 무역·출장 정보를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이런 유튜브 전략을 짜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충주맨처럼 하라고 시켰다”는 소개를 걸고 나온 ‘MZ전자’ 채널은 최정현 LG전자 선임이 만든 비공식 홍보 채널이다. 구독자 한 명당 1000원을 기부하겠다는 공약이 화제가 되면서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구독자가 8000명 이상 증가했다. 무게감을 벗어나 편하게 접근하면서 홍보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회사 이름을 알리고자 할 때도 B급 감성 콘텐츠들은 가성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사명 변경 이후 새로 만든 디벨론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돌고래유괴단과 협업해 페이크 다큐 영상을 제작했다. 굴착기가 마치 농촌에 있는 소처럼 재롱과 말썽을 피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화제를 모으며 8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모기업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채용 시장에서 지원자들에게 기업 이름을 친숙하게 알리고자 과감한 시도 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용을 보다 쉽게 전달하겠다는 목표로 B급 감성을 조금씩 시도하는 단체들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 소식을 알리는 영상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썸’ 타는 관계로 유쾌하게 표현했다. 경제단체총연합회 유튜브 채널도 밈을 활용한 쇼츠 제작 등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기업과 단체들은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영상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코트라는 뉴미디어 부서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에 대해 다른 부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수평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콘텐츠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민감한 내용이 걸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