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9일 의결했다. 미국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야당은 오히려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한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대화와 합의의 정신이 복원돼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종결되기를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부여한 채상병특검법이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침해하며,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위헌적 법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단독 처리한 이 법안에 대해 지난 5월 21일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에 채상병특검법은 국회 재표결을 거쳐 5월 28일 폐기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당론 1호’로 다시 발의하면서 채상병 순직 사건은 물론 파생된 관련 사안을 모두 특검이 수사할 뿐만 아니라 야권의 특검 추천 권한을 넓히는 등 법안의 수위를 높였다.
이후 국회는 지난 4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재석 190명 중 찬성 189인, 반대 1인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에서는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과 반대표를 던진 김재섭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퇴장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취임 이후 15번째가 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