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통일교재서 발간… ‘민족동일성’ 빼고 ‘자유민주’ 넣고

입력 2024-07-08 16:3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정부의 ‘자유민주적’ 통일관을 부각하고 ‘남북관계 발전’ 항목은 대폭 덜어낸 새 통일교육 지침서가 발간됐다. 정부가 최근 전면 효력을 정지한 9·19 남북 군사합의 내용은 교재에서 빠졌다.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은 ‘통일문제 이해’와 ‘북한 이해’ 2024년판을 각각 발간했다고 8일 밝혔다. 두 교재는 우리 국민 대상 통일교육 지침서로, 2000년부터 매년 발간돼 왔다. 현 정부 들어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발간이다.

올해 기본교재는 자유민주적 통일, 원칙을 지키는 남북관계, 북한인권 참상 고발 같은 윤석열정부의 통일·대북정책 기조가 더욱 선명해졌다. 통일문제 이해의 목차 중 통일·대북정책 추진 원칙 부문에서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이 제외되는 대신 ‘자유민주적 통일기반 구축’이 들어갔다. 중점 추진과제에서는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 추진’과 ‘민족동질성 회복’ 항목이 사라졌다.

또 지난해까지 ‘남북한 정부 수립’이었던 목차는 올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인 내용 면에서도 대한민국 정부가 전체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정통성과 합법성을 가진 정부라는 점이 강조됐다.

남북 간 주요 합의서를 실었던 통일문제 이해의 부록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효력을 전부 정지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가 삭제됐다. 그 대신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담은 노태우 대통령의 1989년 특별연설과 자유·인권이 보장되는 통일을 역설한 윤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가 추가로 실렸다.

또 다른 교재인 북한의 이해에는 북한의 유일사상 체계, 권력세습, 수령제 등 북한의 전체주의 성격을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다뤘다. 교재에는 북한의 해킹 공격 등 사이버 위협이 별도의 목차로 분리돼 부각됐고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등 북·러의 동향도 전했다.

통일교육원은 “이번 통일문제 이해는 자유·인권, 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통일 비전을 제시하고, 올바르고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북한 바로 이해하기'를 통일교육의 방향성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