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임초리에서 10

입력 2024-07-08 11:47

기독교 교육이란 그 원본이 보물 같은 성경 66권인 것이 분명했다.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66권의 생명의 말씀이 원본임을 더 확연히 알게 되었다. 시편 127,128편과 잠언 31편, 마태복음 5장 안에 자녀교육과 어머니의 규범, 또 아내의 덕목에 대한 하나님의 계시가 내 눈을 끌어당겼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에 빛이심을 더 깊이 깨닫는 계기였다.

우리 민족사에도 율곡 선생의 어머님 신사임당 같은 위대한 어머니와 한석봉 선생의 어머니는 동양의 빛과 같은 존재시다. 본보기가 되신 이분들이 남겨주신 민족적 자긍심과 여성의 자긍심은 대한민국 여성의 인격을 한 등급 올려 전 세계인들 속에 지경을 넓혀준 선구자들이다. 수업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책을 읽어야 하는 밤에는 졸음을 견디려고 눈가에 안티푸라민을 발랐다. 이를 본 남동생은 이러다 누나 쓰러진다면서 염려했다.

1년이 지나는 동안 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위장병이 생긴 것이다. 죽을 끓여 걸러내어 미음만 마셔도 소화를 못 시키는 위궤양 진단을 받게 되었다. 졸업 1년을 남긴 채 더이상 수업을 계속할 수가 없는 슬픈 상황이 되어 담임 목사님과 총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휴학했다.

목사님께 중보기도를 부탁드렸다. 목사님은 이제 시골에서 올라온 동생도 불가능했던 고등학교 편입을 시켜 무사히 졸업했으며 여동생도 재능이 있어 숙식 제공 가능한 곳에 취업이 되었으니 이젠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님이 아직도 남아있는 세 명의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눈 붙일 겨를도 없으시니 단 한 줄의 근심스러운 사연도 보내본 일이 없었다. 내 형편을 훤히 알고 계시던 부 목사님은 마치 아버지처럼 충고하셨다. 이제부터는 동생들에게서 손을 떼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희생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를 일깨워 주셨다.

나는 그때 노동청에 미국 취업서류를 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노동청에 미국 취업허가를 받고 먼저 출국한 친구들이 미국 땅에서는 헤어디자이너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꿈 많은 소녀여 빨리 들어오라는데 목사님의 말씀을 하나님 말씀처럼 믿었던 나는 내 서류를 먼저 떠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양보해야 했다. 동생들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날 해외 취업의 지름길도 포기한 채 결혼을 결정한 일이며 아버지처럼 내 인생을 챙겨 주시며 미국에 가더라도 결혼해서 배우자와 함께 진출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일이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했었다. 그러나 시댁 어른들과 저녁 대접을 받은 그 날 “이젠 2~3주면 결혼할 배우자인데 함께 지내는 것이 어떠냐”는 말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꽃은 사랑이다>
-김국애

꽃이 말할 수 있다면
사람과 눈 맞춤하며
애틋한 춤사위 드러낸다면
꽃밭은 축제장이 되겠지
사람들은 긴장하겠지
나는 어떤 향기의 꽃일까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오월의 여왕 장미꽃처럼 피어
행복 바이러스가 될 수는 없을까?
원죄도 본죄도 없는 꽃씨,
거름더미에서도
쓰레기더미에서도
그윽한 향기의 꽃으로 피어나는
거룩한 유전자와 염색체의 진실

아무거나 꽃이 되겠느냐
나도 꽃처럼 살고 싶다

하나님 사랑이 가득한 꽃밭
심오한 향기의 기화요초
꽃밭에는 어머니가 있고
그리운 친구와 임이 있다
꽃망울마다 맺혀있는 그리움
만개하던 꽃잎이 시들고 말라
속절없이 떨어져 죽고 다시 죽어도
다시 꽃으로 살아나는 진리
순결을 지키는 비장한 결단이겠지
꽃은 천국의 메신저다
아무거나 꽃이 되겠느냐
나도 꽃처럼 살고 싶다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