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와 거문도를 오가는 정기여객선 ‘하멜호’가 신규 취항함에 따라 지역민의 숙원사업이 10여년 만에 이뤄지게 됐다.
7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여수 엑스포 해양공원에서 여수~거문도 간 정기여객선 하멜호 취항식이 열렸다.
하멜호는 ‘하멜표류기’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네덜란드 상인의 이름을 딴 최신식 여객선으로 다멘조선소가 지난달 건조한 신조선이다. 총톤수 590t, 길이 42.1m, 폭 11.3m의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됐으며, 워터젯 4기를 장착해 최대 42노트(약 80㎞/h)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초쾌속 대형 여객선이다. 승객 정원은 423명으로, 기존 여객선과 비교해 80명 이상의 승객을 더 수용할 수 있다.
여수~거문도 항로는 과거 2척이 운항했지만, 1척으로 줄면서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하멜호는 오는 17일부터 여수~나로도~손죽~초도~거문도 항로를 하루 두 차례 왕복 운항한다. 운항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다. 기존 3시간이 넘는 항해 시간을 단축하며 섬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문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K-관광 섬 육성 사업’ 대상 섬 5곳 중 1곳으로 선정돼 앞으로 4년간 100억원가량을 지원받고, 여수시가 추진하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등으로 많은 관광객이 거문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멜호은 섬 관광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을 기대된다.
선박 운항은 해운 서비스 제공업체인 케이티(KT)마린이 맡았다. 케이티마린은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덕분에 선박을 인수할 수 있었다.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거문도 바닷길이 10여년 만에 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해진공이 제공하는 중소선사 특별지원이 있었다. 케이티마린 관계자는 “선박 건조비와 운항 손실액 보전 등 지자체의 지원이 있었지만, 선박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그러던 중 해진공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무사히 자금을 조달해 선박을 최종적으로 인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진공은 우수한 영업력과 오래된 사업경력으로 대형선사 못지않은 건전한 재무 상태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중소선사라는 이유로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22년부터 중소선사에게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지금껏 10개 선사에 13척 총 2300억원 규모의 선박금융을 지원했다. 특히, 민간 금융기관보다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고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사업성이 검증되면 적정한 투자 잔액(Loan to Value)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금융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해 원직원 및 경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 해진공은 내항선사 800여 곳까지 지원을 확대하기로 하고 사업 예산도 2배로 증액했다. 또 금융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한층 강화한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컨설팅료 지원, 전문 교육프로그램 연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김양수 해진공 사장은 “공사의 지원으로 취항한 하멜호가 본격 운항을 시작하면 도서민의 교통권 확보는 물론 섬 지역 관광 활성화가 기대된다”면서 “앞으로 국내 선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해운항만산업이 지역경제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