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관급공사 천덕꾸러기 전락…건설업체 최저가 입찰 부담

입력 2024-07-07 11:08 수정 2024-07-07 11:10

광주지역 관급공사가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건설업체들이 수주를 꺼리는 추세가 뚜렷하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그동안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던 관급공사가 원자재·인건비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관리비 상승 이후 건설업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2단계 7공구(전남대 후문~오치동 육교 2.5㎞)와 10공구(본촌동 OB맥주~양산지구 사거리 1.8㎞)가 대표적이다.

전남대 후문과 본촌 산단 일대를 통과하는 2개 공구는 지난해 8월과 11월, 12월에 이어 지난달 사업자 선정을 위한 4번째 입찰을 했으나 무산됐다.

난공사 구간으로 꼽히는 7·10공구는 도로가 좁고 오르막길 주변 3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이 많아 공사비는 물론 건물 훼손 등에 의한 집단민원과 비용 증가가 우려되는 곳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해야 할 공사를 구태여 떠안을 이유가 없다”며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가 책정한 기초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거나 공사금액을 제시하지 않아 연거푸 유찰 처리됐다.

광주송정역사 증축공사 역시 건설원가 상승을 우려한 업체들이 입찰을 꺼려 잇따라 유찰됐다. 지난 1월부터 3차례 국가철도공단 447억 원 규모의 공사 입찰을 공고했으나 자격요건을 갖춘 건설업체들이 본전도 건지기 어렵다며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첨단 3지구 인공지능(AI) 집적단지 내 실증·창업동과 빛고을창업스테이션 신축공사는 시공사가 부도와 운영난 등으로 아예 포기 의사를 밝혀 공사가 중단됐다.

광주시가 핵심 현안으로 추진 중인 집적단지 실증·창업동은 전체 7층 가운데 6층까지 골조공사를 마친 지난 3월 시공사 부도로 연말 준공이 어렵게 됐다.

광주역 인근 빛고을창업스테이션 공사는 3개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맡았다가 1곳이 자금난으로 중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공정률 70% 상태에서 공사가 멈춰 있다.

빛고을창업스테이션은 창업 초기 체계적 기업 지원 위한 거점시설로 광주역 수화물부지 5503㎡에 지상 5층 규모로 2021년 7월 착공했다.

상무지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제2전시장과 시립장애인종합복지관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 규모가 축소된 사례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치솟는 철강·시멘트 등 건설자재와 인건비 상승에도 낮은 공사비 책정을 전제로 한 최저가 입찰 관행은 여전하다”며 “관급공사 부실화를 막기 위해 반드시 적절한 공사비 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