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전에 조율한 질문으로 라디오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TV토론 이후 인지력 논란을 불식시키려고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캠프 측이 질문을 미리 정했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지역 흑인 라디오 방송 WURD의 ‘The Source’ 진행자 안드레아 로풀-샌더스는 6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지난 4일 바이든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전 백악관 보좌진이 8개의 질문 목록을 보냈다”면서 “그중 4가지를 내가 질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WURD와 위스콘신주 라디오 방송 ‘시빅미디어’ 두 곳에 별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각 방송사의 질문은 유사했다. CNN은 로풀-샌더스에게 백악관이나 캠프에서 미리 제공한 질문인지, 인터뷰에 앞서 방송국이 미리 제출한 질문인지를 물었고, 백악관이 사전 제공했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시빅미디어의 인터뷰 진행자 얼 잉그램도 ABC방송에 “5개의 질문지를 사전에 받았고, 인터뷰에서 4개를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묻고 싶었던 모든 걸 질문할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캠프는 “백악관이 아니라 캠프가 질문을 보냈다. 사전 질문이 인터뷰 수락 조건은 아니었다”며 “진행자는 청취자에게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는 질문을 언제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사전 질문지를 보내는 건 관행이었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로풀-샌더스도 “특정 질문을 하라는 압력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며 “필라델피아의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은 대본 없는 행사에서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행사를 엄격히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나 바이든 캠프는 사전 질문지 제공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부적절한 관행”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질문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몇 가지 답변에서 말을 더듬거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로풀-샌더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과 함께 일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버지니아주에서 한 지역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캠프 측이 어떤 질문을 할지 물은 뒤 갑자기 인터뷰를 취소했다고 WP는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