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상속재산 전액 환원”

입력 2024-07-05 13:25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에서 열린 유산 상속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경영권 분쟁으로 가족과 의절한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선친이 물려주신 상속 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5일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속 재산을)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에 설립해 여기에 출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설립 예정인 공익재단 이름은 ‘단빛재단’으로 아침 해의 빛이라는 뜻이다.

그는 “상속 재산을 욕심내지 않고 전액 제단에 출연,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는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 공익재단 설립에 다른 공동상속인도 협조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지난 3월 별세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형제의 난’을 이어온 세 아들에 화해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부터 형 조현준 효성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했다. 조 회장은 조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2017년 조 전 부사장을 맞고소했다.

형제간 갈등이 격화하자 조 명예회장은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는 내용을 유언장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절 상태인 조 전 부사장에게도 법정 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인 유류분보다 많은 재산을 물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 효성빌딩. 연합뉴스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일어난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다”며 “지금까지 저에게 벌어진 여러 부당한 일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선친이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는데 거짓과 비방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앞으로 서로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 갈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은 효성으로부터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저의 계열 분리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도 계열 분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제가 더 이상 효성그룹에 특수관계인으로 얽히지 않고 삼형제 독립경영을 하는 것 역시 선친의 유훈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에서 열리는 유산 상속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조 전 부사장은 “저는 효성 경영권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효성의 불법 비리에 대한 문제 제기를 '경영권 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저의 진의와 전혀 무관하므로 오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이 언급한 ‘계열 분리’의 의미에 대해 “회사를 떼달란 게 아니다”라며 “조 전 부사장이 가진 지분을 공정거래법에 맞게 (처분)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유언장 중 일부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선친이 작성하셨다는 유언장에 대해 입수경로,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유언집행인에게 몇 차례 질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언집행인이 전해온 답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며, 상속인 중 하나인 저로서는 현 상황에서 아직 유언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