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도 ‘배워야’ 잘 논다” 휴가철 잘 보내는 지혜는?

입력 2024-07-04 15:21 수정 2024-07-10 19:24
부부들이 지난달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원데이 여가스쿨에 참석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여가학교 숨쉴틈 제공


제주여가마을에는 ‘잘 놀고 싶은’ 시니어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휴가 기간이나 혹은 퇴직 후 시간을 효율적이고 재밌게 보내고 싶은 이들이다. ‘여가학교 숨쉴틈’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참석자들의 여가MBTI(Mental & Body Type Interest)를 분석해주고 각자 성향에 맞는 제주 즐기기 코스를 알려준다. 1박 2일 여행부터 한 달 살기까지 맞춤형 처방이다.

홍성아 대표(전 성공회대 교수)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시니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활기찬 노년 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2020년부터 마련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신청자는 오름 습지 곶자왈 등을 다니며 여가 체험도 할 수 있다. 여가 치료를 공부한 홍 대표를 비롯해 채준안 전 숭실대 교수, 한병지 박사, 배장섭 대림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즐거운 여가생활을 돕는다.

여가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일상에서 쉬는 법’이다. 보통 휴가라고 하면 해외여행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집 근처에서 자연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해 여가를 보내는 방법도 많다. 홍 교수는 “여가는 돈 많은 사람만 거창하게 즐기는 게 아니라 내 주변에서 소소하게 유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일상에 돌아가서도 할 수 있는 여가 정보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홍 교수가 조언하는 휴가법은 ‘따로 또 같이 전법’이다. 가족이라고 노는 방법이 다 맞지 않기 때문에 잘못하면 여가가 노동이 될 수 있다. 그는 “성향이 맞는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이 점심에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온 가족이 모이는 방법도 좋은 여가 생활”이라며 “한 번씩은 싫은 것도 같이하는 ‘여가 맞장구’를 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원 동문들이 지난 5월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원데이여가스쿨에 참여해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여가학교 숨쉴틈 제공


여가학교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주에 이어 경기도 이천에도 숲속여가학교(교장 한병지)를 마련했다. ‘소풍’을 컨셉으로 하는 이천 캠퍼스에서는 브런치를 즐기며 여가를 체험할 수 있다. 은퇴자들의 달란트를 살린 프리마켓(free market)도 계획 중이다.

홍 대표는 “‘잘 쉬어 본 사람’이 내뿜는 유쾌한 기운이 세상을 더 밝게 한다”며 “여가학교가 ‘여가 선교사’ 역할을 감당해 사람들이 충분한 쉼을 누리고 고난과 환란 가운데서 출구를 찾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