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가마을에는 ‘잘 놀고 싶은’ 시니어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휴가 기간이나 혹은 퇴직 후 시간을 효율적이고 재밌게 보내고 싶은 이들이다. ‘여가학교 숨쉴틈’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참석자들의 여가MBTI(Mental & Body Type Interest)를 분석해주고 각자 성향에 맞는 제주 즐기기 코스를 알려준다. 1박 2일 여행부터 한 달 살기까지 맞춤형 처방이다.
홍성아 대표(전 성공회대 교수)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시니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활기찬 노년 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2020년부터 마련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신청자는 오름 습지 곶자왈 등을 다니며 여가 체험도 할 수 있다. 여가 치료를 공부한 홍 대표를 비롯해 채준안 전 숭실대 교수, 한병지 박사, 배장섭 대림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즐거운 여가생활을 돕는다.
여가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일상에서 쉬는 법’이다. 보통 휴가라고 하면 해외여행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집 근처에서 자연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해 여가를 보내는 방법도 많다. 홍 교수는 “여가는 돈 많은 사람만 거창하게 즐기는 게 아니라 내 주변에서 소소하게 유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일상에 돌아가서도 할 수 있는 여가 정보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홍 교수가 조언하는 휴가법은 ‘따로 또 같이 전법’이다. 가족이라고 노는 방법이 다 맞지 않기 때문에 잘못하면 여가가 노동이 될 수 있다. 그는 “성향이 맞는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이 점심에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온 가족이 모이는 방법도 좋은 여가 생활”이라며 “한 번씩은 싫은 것도 같이하는 ‘여가 맞장구’를 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가학교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주에 이어 경기도 이천에도 숲속여가학교(교장 한병지)를 마련했다. ‘소풍’을 컨셉으로 하는 이천 캠퍼스에서는 브런치를 즐기며 여가를 체험할 수 있다. 은퇴자들의 달란트를 살린 프리마켓(free market)도 계획 중이다.
홍 대표는 “‘잘 쉬어 본 사람’이 내뿜는 유쾌한 기운이 세상을 더 밝게 한다”며 “여가학교가 ‘여가 선교사’ 역할을 감당해 사람들이 충분한 쉼을 누리고 고난과 환란 가운데서 출구를 찾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