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하게 된 캐나다입양가족의 특별한 여행

입력 2024-07-03 16:38 수정 2024-07-03 23:13
제임스 도브라백(58)씨와 아들 토비(18)씨, 아내 아우드라 볼러스(56)씨(왼쪽부터)가 지난 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캐나다입양가정을 위한 웰컴행사에 참여했다.

“한국애를 입양했고 사랑했더니 결국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지난 30일, 한국 출신의 두 자녀를 마음으로 낳은 제임스 도브라백(58)씨가 5년만에 찾아온 한국에서 한 말이다. 그는 아내 아우드라 볼러스(56)씨와 아들 토비(18)를 데리고 캐나다한인양자회(KCAA·김만홍 목사)가 주관하는 ‘마더랜드 투어(모국 방문 여행)’에 참여하고자 내한했다.

이번 투어는 국제입양인봉사회(InKas·정애리 회장)가 인솔해 총 13가족 29명으로 구성된 캐나다입양가족들이 함께 한다. 그들은 경주 첨성대, 전주 한옥마을 등 방문해 한국전통과 문화를 체험한 뒤 7월 11일에 출국할 예정이다.

제임스와 아우드라 부부는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 KCAA 도움을 받아 한국 아이를 키우는 이웃을 보고 입양을 결정했다. 제임스씨는 “아이들을 기르면서 한국 사회와 문화를 체험하며 한국과 가까운 이웃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KCAA 주관 행사인 '마더랜드 투어'에 참여한 캐나다입양가정들과 행사 스탭들이 지난 30일에 인천공항에 입국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목사 제공

KCAA는 1991년부터 한국 아이들을 입양한 캐나다 가정들을 지원해온 단체다. 2006년부터 시작된 ‘마더랜드 투어’는 입양아들이 한국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여행이다. 김만홍 목사는 “아이들이 ‘왜 내가 캐나다에 오게 됐을까’라는 질문이 생길 때,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것이 축복’이라는 답을 찾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신대를 졸업한 김 목사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캐나다 맥마스더대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입국 다음날,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초청으로 오전에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캐나다입양가정을 위한 환영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한국-캐나다 의원협회 회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회장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해외입양에 관심을 가져온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했다.

서 의원은 “(입양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해서 한국과 캐나다의 발전을 이루는 가교 역할 하길 바란다”며 국회에서 만든 수저 세트와 머그잔의 선물을 제공했다. 입양가정들은 의원들의 환영 인사에 집중하며 미소를 띤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캐나다입양가정을 위한 웰컴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김 목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양가정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는 “자녀들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선물”이라며 “모세와 같은 인물로 성장해서 양국을 위해 일하고 사회와 교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했다.

입양부모 가운데 한 명인 크리스틴 랭(54)씨는 “감동적이고 아이들의 미래에 관해 희망과 꿈을 갖게 해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우드라씨도 “마더랜드 투어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사춘기 아이에게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돕는다”고 극찬했다.

“한국교회도 입양문제에 더 관심을 두길 원한다”는 김 목사의 얘기도 들었다. 그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아직도 해외입양을 보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한국교회가 어려운 가정의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입양에 앞장서는 빛과 소금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KCAA 대표인 김만홍 목사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입양가정에게 얘기하고 있다. 김 목사 제공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