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의 한 노인이 목발을 짚고 굽어 휘어진 다리를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디뎌 무료급식소로 다가왔다. 스테인리스 그릇과 작은 통 두 개를 봉사자에게 내밀었다. 음식을 받아간 노인은 다시 비닐로 덮인 움막 같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홀로 식사를 시작했다.
3일 세계성시화운동본부(성시본·대표회장 김상복 목사)와 함께 찾은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의 풍경이다.
이 노인에게 음식을 건네준 임명희 광야교회 목사는 “예전에 교회도 다니셨다고 하시는데 현재는 치매를 앓고 있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임 목사를 도와 배식 봉사에 나선 김상복 목사는 식사를 마친 그를 위해 기도해주며 위로를 건넸다.
성시본은 이날 무더위를 맞아 소외된 이웃들의 여름 나기를 지원하고자 광야교회 인근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을 위해 무료 급식 봉사에 나섰다. 급식에 앞서 고가다리 밑 임시천막에 마련된 무료급식소에 150여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김 목사는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복음과 함께 천국 소망을 전했다. 이어진 식사는 광야교회가 남포교회(최태준 목사)와 함께 준비했고, 성시본은 300인분의 빵과 수박, 아이스크림을 지원했다.
김 목사와 김철영 성시본 사무총장은 매달 한 번씩 이곳에서 자원봉사 중인 남포교회 교인 10여명과 함께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을 도왔다. 옆에 있던 임 목사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주변교회 등의 후원을 통해 교회 자체적으로 매일 세 끼씩 무료 급식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비가 오며 날씨가 좀 선선해진 탓에 오늘은 그나마 배식으로 인한 다툼이 적은 편이다”고 전했다.
배식 후 김 목사는 쪽방촌을 둘러보며 만나는 주민들의 손을 잡고 위로를 전하며 기도해줬다.
김 목사는 “많은 이들이 아직도 사회에 이처럼 열악한 환경의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예수를 믿는 이들의 가장 큰 사역이 바로 소외 계층을 위한 섬김이다”며 “단 365개 교회가 하루씩만 섬겨도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이 같은 사역이 더욱더 수월할 듯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여건 가운데 놓인 이들을 위한 섬기는 일에 한국교회가 더 많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