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막음 돈 재판’ 선고 두 달 연기…면책 특권 효과

입력 2024-07-03 06:37 수정 2024-07-03 08:12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 형량 선고 재판이 9월까지 연기됐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인정한 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하는) 후안 머천 맨해튼 형사법원 판사가 대법원의 대통령 면책특권 결정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며 “트럼프에게는 큰 유예 조치”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전날 대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머천 판사에게 해당 법리가 트럼프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동안 형량 선고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또 대법원 결정 내용을 반영해 유죄 평결을 파기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도 오는 10일까지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도 트럼프 측 요청에 대해 “실익은 없지만, 피고인 요청을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머천 판사는 양측 입장을 수락, 대법원 결정이 유죄평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오는 9월 6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형량 선고 재판은 9월 18일 진행하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맨해튼 형사법원 배심원단 유죄평결을 받아 오는 11일 선고 재판을 앞뒀지만, 머천 판사의 결정으로 두 달간 사법리스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결정이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대법원은 전날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는 사적 행위와 달리 면책 특권이 있고, 사적 행위 기소를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고 결정했다.

트럼프 측은 검찰이 입막음 돈 사건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적 행위를 증거로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트럼프 해결사’로 마이클 코언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 SNS 게시물과 집무실 회의에 대한 증언 등을 거론하며 “검찰이 (재직 시절) 공적 행위 증거에 매우 편파적인 강조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측 주장의 이런 주장은 이미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다. 트럼프 측은 지난해 이 사건을 뉴욕 법원에서 연방 법원으로 옮기려 했는데, 해당 사건을 맡은 앨빈 헬러스타인 연방판사는 “이 사건의 핵심 혐의는 사생활과 관련이 있고, 대통령의 공적 직무와는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며 트럼프 측 요청을 기각했다.

재판 연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층 홀가분한 상태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공식 수락하는 전당대회(오는 15~18일)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 형량이 확정되기 전 부재자 투표를 시작할 수도 있어 유권자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AP통신은 “이번 재판 연기는 트럼프가 최근 며칠 동안 거둔 일련의 정치적·법적 승리의 쐐기를 박는 것”이라면서도 “9월은 유권자들이 대선에 더욱 집중하는 시기여서 이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