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터넷 기사를 자주 살피는 A씨는 어느날 동성애 관련 기사에 ‘동성애 OUT’이란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혐오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신고를 당했다. 한 인터넷 규제 기관에서 내놓은 혐오표현 가이드라인이 신고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A씨는 극단적 표현이 아닌 비교적 단순한 표현임에도 신고를 당한 것에 황당함을 느꼈다. 이후로 인터넷 상에서 크고 작은 의견 표출을 할 때마다 소위 ‘자가 검열’을 하게 됐다.
온·오프라인 규제 법안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정보통신망법)’이 이번 국회에서 다시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도의 정보통신망법은 온라인상 혐오·차별표현 등 모욕에 대한 죄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모욕에 의해 발생한 자살 방조에 대한 처벌을 마련하고 해당 내용의 삭제 요구권을 보장한다. 구체적으로 법안에는 ‘공공연하게 상대방을 혐오·차별하거나 혐오·차별을 선동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내용’의 정보를 불법으로 규정, 유통 금지 및 처벌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보통신망법이 온라인에서의 규제를 담았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오프라인에서의 규제다. 이는 혐오 및 차별표현 등을 집회 시위에서 나타낼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정보통신망법처럼 21대 국회에선 폐기됐지만 조만간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재발의 될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 침해
해당 법안들의 문제점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성애 등에 대한 합리적 비판도 원천 봉쇄될 수 있다. 윤용근 법무법인 엘플러스 대표변호사는 “동성애와 관련한 윤리적 반대 의견이나 보건적 유해성에 관한 과학적 사실 등을 인터넷 혹은 대중집회에서 이야기하면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처벌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명백히 헌법을 위배하는 측면이 있다. 헌법에선 신앙, 양심의 자유 등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재진 충남대 교수는 “해당 법안들은 ‘온·오프라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위헌적 개정안”이라고 밝혔다. 법안들이 지적하고 있는 ‘혐오’ 표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윤 변호사는 “혐오의 법적 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해당 법안들이 동성애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실질적으로 성소수자 등에 대해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어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이같은 법적인 틀이 구비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희비 갈리는 해외 상황
유럽 대다수의 국가들은 혐오로 인식되는 표현들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공공질서법 등을 보면 온·오프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할 경우 즉시 체포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역사적 사례에서 기인한다. 특히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등 아픈 역사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극단적 표현이나 행위들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로 인해 매번 큰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이 문제시되고 있다. 전윤성 자평 법정책연구소 실장은 “유럽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헌법 등에서 명시하고 있는 최상위 자유로 통하는데 혐오 표현 규제법들로 이것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가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수정헌법 1조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보고, 이에 기반해 혐오 표현도 승인하고 있다.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보니 유럽과 달리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전 실장은 “미국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며 “동성커플 주례를 봤던 긴스버그 대법관 등 진보적인 판사들도 전원일치로 표현의 자유에 우선권을 두고 있다. 이것이 침해되면 민주주의도 무너진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교계만의 문제 아냐
미국처럼 한국도 해당 법안들로 파생될 문제들을 교계만의 문제로 한정할 게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 및 민주주의 대원칙에 기반해 전 국민적 차원에서 이를 침해하는 법안들에 대한 반대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거룩한방파제 관계자는 “이는 교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근간 문제”라며 “우선 교계가 단일하게 의견을 모으고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해 반대 여론을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