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친 뒤 체육 정책 및 시스템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대립 양상에 대해선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를 하든 치열하게 싸우든 올림픽이 끝나고 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회의실에서 열린 체육 분야 간담회에서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위기론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체육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며 “모든 건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 학교 체육의 진흥을 위해 하는 일이다. 체육을 망치자고 문체부가 앞장서서 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배구 은퇴선수 간담회에서 체육회의 예산 배분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문체부가 지방체육회나 회원종목단체 등에 직접 예산을 교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체육회의 예산 집행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개선 방안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체육 발전을 위해 바꾸자는 것이지 체육회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어떻게든 체육회를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문체부는 3년 전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용역 계약 추진 과정에서 체육회 고위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의 유착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유착 의혹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감사 과정에서 제기됐고, 문체부는 수사의뢰를 요청하라는 기재부의 공문을 받아 실행에 옮겼다.
유 장관은 “문체부도 6월부터 감사원의 정기 감사를 받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조치를 안 하고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주무부처로서 의무를 한 것일뿐”이라며 “보도가 됐지만 문체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이 사안을 직접 브리핑하거나 언급한 적 없다”고 말했다.
체육단체장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체육회 정관 개정안 승인,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별도 정부 조직 형태의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등 체육계 현안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유 장관은 “정관 개정안은 절대 승인할 수 없다. 많은 체육계 현안 중에서 한 번 더 출마하기 위해 정관을 바꾸는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출범한 민관 합동기구인 스포츠정책위원회가 있으니 체육회가 들어와서 같이 하면 환영을 할 거다. 힘을 합쳐서 일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 폐지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아직 병무청이나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지 않아 예의주시만 하고 있다. 완전히 폐지할 순 없고, 합당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저희 문체부 입장에선 선수나 예술가를 보호하고 실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