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 해결? 정책만으로는 부족, 종교계 도움 필요”

입력 2024-07-02 14:56 수정 2024-07-02 15:08
이영훈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콘퍼런스'에서 '초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가 저출생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것은 12년 전이었다. 이영훈 목사는 이 문제가 언젠가 국가 소멸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교회는 곧바로 온갖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출산 장려금이다. 교회는 2012년부터 한국교회 최초로 아이를 낳은 성도에게 출산 장려금을 줬다.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 200만원을, 둘째와 셋째 아이를 낳으면 각각 300만원, 500만원을, 넷째부터는 1000만원을 지급한다. 장려금 누적 지급액은 지난해까지 약 54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벌이는 저출생 관련 프로젝트는 한두 개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저출생 문제에 투입한 재정만 780억원이 넘는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결혼 예비학교를 만들었고, 백년가약을 맞은 성도에게 결혼격려금을 줬으며,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순복음어린이집을 설립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2)는 말씀에 따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내용은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콘퍼런스’에서 영상으로 만들어져 상영됐다. 한국교회총연합과 한반도미래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주관한 콘퍼런스는 정부와 종교계가 머리를 맞대고 저출생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행사였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저출생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의 자리이기도 했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이는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주 부위원장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그간 정부가 벌인 저출생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자평하면서 앞으로 추진할 정책들을 자세하게 들려줬다. 핵심은 제도와 법령을 정비해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아 기를 때 생기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주 부위원장은 “저출생 관련 정책들은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아이를 낳아 기를 때 느끼는 행복, 생명과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며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에서 이런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콘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컨퍼런스에서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성회 대표총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주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권현구 기자


콘퍼런스에는 정계 인사와 천주교 관계자도 대거 참석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정운찬 한반도미래연구원 이사장의 축사도 이어졌다.

이 목사는 참석자들을 대표해 ‘초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종교계와 정계, 학계 등이 협력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연구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자녀를 여섯 명이나 둔 가수 박지헌씨의 강연도 눈길을 끌었다. 무대에 오른 그는 자신을 “육남매의 아빠”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가 많기 때문에 (아내 아이들과 각각) ‘사랑해’ ‘잘 잤어?’라는 말을 일곱 번씩 주고받는데 그때마다 큰 행복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 많은 자녀를 둔 덕분에 살면서 충분히 사랑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아요. ‘물질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많은 자녀 둔 덕분에 느끼게 된 ‘관계의 성공’인 것 같아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