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위한 미래는 있다…흐린 기억의 안식처, 교회

입력 2024-07-02 15:25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 시대와 함께 치매인구가 덩달아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목회 사역을 두고 교계 안팎으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과 치매 관련 법안 재정비 등을 조언했다. ‘치매’ 용어 변경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교회 공동체성, 치매노인을 돌보다

박민선 오픈도어 이사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치매노인 1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부분 치매노인을 둔 가정은 개인이 케어하면서 문제가 두드러진다. 돌봄 주체 문제로 인해 가정 간 불화와 건강문제, 구직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결국 요양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능사가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한다”며 “요양원에 들어간 어르신들은 예상보다 빨리 돌아가시거나, 제한적인 일상으로 삶 자체가 피폐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사회에서 치매가 가속화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교회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교회에서는 노인학교 등을 운영하며 인지능력 저하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웃음치료와 노래교실, 미술치료, 감사노트 쓰기, 인문학 강좌, 시쓰기 등이 대표적이다.

교회 소그룹 활동도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교인 간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옛 기억이 떠오르는 회상 효과와 모임을 통한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교인 간 일부 치매 증상을 짚음으로써 중증 치매로 넘어가기 전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치매에서 인지증으로

한국교회가 관련 세미나와 전국적 캠페인 등을 펼치면서 치매에 관한 인식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은주 삼덕기억학교 원장은 “우리나라와 같은 한자권 나라인 일본 대만 등에 국가에서는 ‘치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며 “치매는 ‘어리석을 치’(癡)자와 ‘미련할 매’(呆)를 합친 단어로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는 치매환자들이 차별적 대우를 받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대부분의 교인들도 치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치매를 앓는 이들은 치매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으며 심하게는 낙인으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웃 나라에서는 치매 대신 ‘인지증’이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감추고 싶은 질병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성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같은 경우에는 2004년 국민 공모를 통해 치매를 인지증이라고 변경했다. 공생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용어를 변경했을 뿐이지만 일본 국민들 사이에선 인지증 환자의 일상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일반 마트 직원들도 인지증 환자에 대한 접객 노하우를 몸에 익힐 정도며, 또 인지증 환자들이 세차 등과 같은 단순노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일본은 또 지난해 ‘공생사회 인지증기본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치매 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골자다. 박 이사장은 “총회나 노회 차원에서 치매 관련 매뉴얼과 지침을 마련해 교인들의 인식전환에 앞장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돌봄정책 재정비도 필요해"

치매노인을 위해 돌봄 정책 강화와 같은 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은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가한 경우만 환자와 보호자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구비서류를 지참해 대리진료가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치매 노인도 대리진료 범위에 포함되지만, 무연고자 치매노인 등의 경우에는 대리진료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스로가 치매인지 모른 채 홀로 살아가다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독거 치매 환자의 경우 제도를 통해 재산이나 신변을 관리하는 공공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지만, 과정이 복잡해 6~7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또 후견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한국교회가 이 같은 인식을 개선하는데 앞장 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