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직업 없는데요”…광주 청소년 10명 중 3~4명

입력 2024-07-02 10:11

광주지역 청소년 10명 중 3~4명 정도가 희망하는 직업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갖지 못한 것으로 파악돼 진로교육 체계를 점검하고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2일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실시한 ’2023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광주지역 초등학생 22.8%, 중학생 38.7%, 고교생 24.7%가 희망하는 직업이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6월5일부터 7월18일까지 광주지역 초등학생 231명, 중학생 311명, 고교생 3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구체적 이유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라는 답변이 고교생 56.7%, 중학생 44.3%, 초등생 44.2% 순으로 많았다. 절반 가까운 청소년이 미래에 대한 비전과 직업적 포부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로 분석된다.

이어 ‘내 강점과 약점을 몰라서’ 7.6%~32.8%, ‘어떤 종류의 직업이 있는지 잘 몰라서’ 1.2%~6.3%, ‘진로분야를 좁히는 게 힙들어서’가 8.3%~15.1%로 조사됐다.

‘희망하는 직업이 있다’고 답변한 학생 가운데는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 등 전통적 선호 직업보다는 운동선수 등을 선택한 사례가 적잖았다. 초등생은 1순위(13%)로 운동선수를 꼽았고 중학생은 3순위로 이를 희망했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의대 정원 증원’ 논란을 반영한 탓인지 초등생과 중학생은 2순위, 고교생은 5순위로 ‘의사’가 되고 싶다고 응답했다. 중학생, 고교생의 1순위 희망 직업은 모두 ‘교사’로 파악됐다.

희망 직업을 알게 된 경로는 가족과 TV·신문 등 대중매체, 학교·학원 교사가 주류를 이뤘다.

교육전문가들은 “대학진학에만 몰두하도록 내몰리는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 진로 정보 부족, 사회적 불안정성 등으로 미래를 향한 구체적 꿈과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교육 시스템이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데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밝은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도록 진로교육 프로그램과 직업 체험을 포함한 맞춤형 상담 시스템을 강화해야할 필요가 커졌다는 여론이다.

시민모임은 광주시교육청이 ‘진로교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소규모 학교를 제외한 초중고에 진로전담 교사를 따로 배치하고 교원·대학 연구원을 상담위원으로 위촉한 진로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제 직업 체험 기회 등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떤 직업이 생길지 혼란스러운 탓도 있지만 공교육 내 진로교육·상담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이 더 크다”며 “올바른 직업관 형성을 위한 다양한 진로 탐색·상담, 직업체험·멘토링, 심리·적성 검사 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