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역주행 돌진에 9명 참변… 고령 운전 논란 재점화

입력 2024-07-02 06:36 수정 2024-07-02 10:42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행인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의 나이가 68세로 알려지며 고령자 운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재점화할 전망이다.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어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고령 운전자의 부주의 또는 운전 미숙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어서 이번 사고 원인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를 낸 제네시스 차량 운전자 A씨는 1일 오후 9시27분쯤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멈춰 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검거된 A씨는 차량 급발진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급발진은 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일종의 차량 결함이다. 당시 A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사고 원인은 A씨 주장대로 급발진이거나 운전 미숙, 부주의 등 운전자 과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결과 차량 결함이 아닌 일방통행 도로 착각으로 인한 역주행 등의 운전자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이 늘면서 안전대책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사고 여파로 파편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해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였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전년(17.6%)보다 늘었다.

일례로 올해 2월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도로에서 79세 운전자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9중 연쇄 추돌 사고를 내 70대 남성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운전자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지만 “사고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구룡터널 교차로 인근에서는 80대 남성이 운전 부주의로 7중 연쇄 추돌사고를 냈고, 4월에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 90대 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후진 중 노인 4명을 치어 1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현재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면허를 갱신하려면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도 교통안전교육 권장 대상이다.

이와 더불어 각 지자체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에게 10만~30만원 상당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면허 반납률을 매년 2% 안팎에 그친다.

정부는 운전 능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 면허를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추진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고령 운전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번 사고 원인을 바로 연령 문제로 보긴 이르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한 누리꾼은 “60대가 무슨 고령이냐”면서 “고령 인구 자체가 많은데 전체 사고 20%면 젊은 사람보다 많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