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주민이 되라…선교적 교회로 가는 첫걸음”

입력 2024-07-02 00:13
경기도 안양시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열린 제2회 프레시 콘퍼런스 첫째 날인 1일, 한국의 전통적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변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유정상 거룩한빛운정교회 목사, 김선일 웨신대 교수, 윤용현 우이중앙교회 목사, 오재경 포항충진교회 목사.

한국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섬길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 교회도 지역사회에서 복음의 공공성을 구현하고, 건강한 구성원의 역할을 다할 때 선교적 교회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오재경 경상북도 포항충진교회 목사는 1일 경기도 안양시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열린 제2회 프레시 콘퍼런스에서 교회가 단순한 종교적 변화가 아닌, 세상 속에서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더러 교인이 되라고 하면서 정작 너는 왜 이 지역 주민이 되려고 하지는 않는 거야.” 오 목사는 지역 주민에게서 들은 말을 인용하며 교회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포항 충진교회는 현재 지역아동센터 등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 목사는 “교회가 선한 일을 하면서 자기 이름과 명성을 쌓으려고 한다면 지역 주민들이 먼저 알고 느낀다”며 “그런 방식으로는 전도가 이뤄지기 어렵다. 복음은 아름다운 관계를 통해 전해진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 강의에서는 오 목사 외에도 김선일 웨스트민스터 신학대 교수와 윤용현 서울 강북구 우이중앙교회 목사가 강사로 나서 선교적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전통적 교회의 노력과 방안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선교적 교회 운동이 영국의 선교사였던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밝히면서 “선교적 교회의 삶은 관계와 문화에 대한 깊은 헌신을 통해 전도의 토대를 견고하게 하며 진정한 회심과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목사는 전통적 교회가 선교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교회가 지역사회의 필요를 파악하고, 고립된 이들을 위로하며 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이중앙교회는 지역사회의 필요에 맞춘 사역을 펼치고 있으며, 수영장이 없는 지역에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을 운영하는 등 독특한 사역을 통해 교회의 독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사회자 유정상 거룩한빛운정교회 목사와 세 명의 발표자가 한국 교회의 선교적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교회가 지역사회의 문화적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교회가 새롭게 사회와 소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초대교회가 행했던 네 가지 사역, 즉 교제(코이노니아)와 섬김(디아코니아), 복음 선포(케리그마), 증거(마르투리아) 중 코이노니아와 디아코니아가 교회 밖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사회 속에 들어가서 섬기지 않는다면 세상은 교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초대교회가 전염병 시대에 큰 부흥을 이룬 것은 바로 이러한 선교적 사역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안양=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