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님 저 이제 교회 안 나갈겁니다. 친구들이 교회 다닌다고 놀려요.” 이상훈 AEU(America Evangelical University) 총장은 1일 경기도 안양시 새중앙교회에서 진행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만난 한 전도사의 사연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 전도사님이 울먹이면서 제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제게 하는 겁니다. 아이들이 교회 다니는 걸 부끄러워할 만큼 어느 순간 한국교회가 세상의 골칫거리가 돼 버린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교회의 한계와 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10여년 전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강의할 당시 한국교회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 경고했는데 팬데믹 이후 교회는 정말 성장과 존재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쇠락이 북미보다 가파르다”고 경고하면서 “교회가 사방에서 복음 전파를 가로막는 현실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 특유의 기도와 헌신이라는 장점을 회복하고, 영적 공동체로서의 본연의 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총장은 “기존 운동의 한계 속에서 새로운 시선과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나타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온 것이 인류의 역사”라고 설명했다. 교회를 향해서는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운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초대교회가 핍박 속에서도 복음을 전파한 것을 예로 들며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핍박으로 인해 흩어졌고 그로 인해 복음이 멀리 퍼져 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교적 교회 운동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교회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의미가 강하다”며 “한국교회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 모험적 사역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회에 나오는 이들은 제자라기보다는 소비자에 가깝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많은 사람을 담으려는 것보다 소수의 깊은 영적 온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총장은 캘리포니아의 모자이크 교회(Mosaic Church), 락하버 처치(RockHarbor Church), 시애틀의 소마 공동체(Soma Community) 등 북미의 ‘건강하지만 과격한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 북미 교회들은 베이비붐 세대나 엑스세대를 교회로 불러 모으기 위해 예배를 쇼처럼 만들었고, 청중들이 듣기 좋은 메시지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렇게 복음을 전해서 성장하는 교회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성장하는 교회들은 오히려 참여적이고, 설교도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며 “이단들도 그들의 신학과 사역 방향이 문제일 뿐, 본연의 헌신과 열정은 배울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시스템에 갇히고 제도화될수록 모험적 헌신이 사라진다”며 “한국교회가 자립하기 이전에 선교사를 파송했던 것처럼,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모험적이고 헌신적인 자세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양=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