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공장(happiness factory)이라는 이름에 작은 독방의 유일한 통로는 문 아랫부분에 뚫린 작은 배식구뿐이다.”
영국 BBC는 30일(현지시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자식으로 둔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를 독방에 가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일본에서 탄생한 이 단어는 사회에 적응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BBC는 일본이 앞서 경험한 히키코모리가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BBC는 한국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19~34세 청년 중 5%인 54만명이 고립, 은둔 상태에 있다”며 그 이유로는 취업난(24.1%), 대인관계 문제(23.5%), 가족 문제(12.4%), 건강 문제(12.4%) 등을 꼽았다.
히키코모리 자녀를 둔 부모 중 일부는 청년재단,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 행복공장 등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식을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BBC는 전했다.
부모들은 13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자녀와 더 잘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프로그램 중 강원도 홍천군의 행복공장 수련시설에서 3일간 진행된 독방 생활은 세상과 단절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한다.
3년째 은둔 생활을 하는 아들을 둔 50세 여성은 방에 틀어막혀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주지 않는 아들의 모습에 속앓이했다. 그는 감금 체험장에서 다른 은둔 청년들이 쓴 쪽지를 읽고 나서야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아 침묵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어릴 때부터 재능이 많아 부모의 기대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몸이 자주 아팠고, 교우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섭식 장애까지 앓았던 그는 대학에 진학해, 한 학기만 다니고 어느 날 갑자기 등교를 포기했다.
정고운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를 정해진 시기에 달성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기대가 경기 침체, 고용률이 낮은 상황과 맞물리면서 젊은이들의 불안을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BBC는 “한국에서 자녀의 성취를 부모의 성공으로 보는 인식이 (고립·은둔 자녀를 둔) 가족 전체를 고립의 수렁으로 끌어당기는 원인이 된다”며 “많은 부모가 자녀의 고난을 양육의 실패로 여겨 죄책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장은 “청년들의 고립·은둔이 가족 내 문제라는 시각 때문에 부모까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단절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며 “(자녀의 고립·은둔)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부모들 역시 스스로를 고립시켜 명절 가족 모임에도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