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는 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시 북·미 정상회담 의제는 북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핵무장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나 후보는 “미국의 선의에 의존하는 레토릭만 되풀이해서는 절대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다”며 ‘핵무장 3원칙’을 밝혔다.
나 후보가 제시한 핵무장 3원칙은 국제 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을 의미한다.
나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안보의 새로운 비전 핵무장 3원칙’ 토론회를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고 재집권하면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제 정세 변화에 한국과 미국의 안보 이익이 충돌될 수밖에 없고, 미국은 자국의 안보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며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 후보는 이어 “북·러 조약 이후 미국 조야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핵무장이 원칙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을 설득하고 미국의 동의 하에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핵무장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과 핵무장이 동시에 같이 가는 것이 안보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나 후보는 또 평화적·실천적 핵무장과 관련해 “우리가 핵을 가지면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할 수 있다”며 “당대표가 되면 핵무장 3원칙에 따라 핵무장을 반드시 실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나 후보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당대표가 되면 핵무장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5선 의원을 하는 동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본다”며 나 후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 센터장은 “우리 정부와 사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핵무장을 악마화하고 지나치게 현실을 도덕적 관점에서 보려는 것 같다”며 “미국이 언제나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자체 핵 보유를 통해 남북 핵 균형을 이루고 핵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길이 열릴 수 있다”며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