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10번 홀(파5)에서 두 번만에 볼을 그린에 돌리고도 3퍼트를 했다. 2퍼트로 버디만 했더라도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후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
#에피소드2-최종 라운드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5), 티샷이 오른쪽 숲속으로 밀렸다. 순간 “망했구나”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볼이 나무에 맞고 A러프로 들어왔다. 그 덕에 파세이브에 성공,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에피소드3-같은 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또 티샷이 같은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번에도 볼은 나무에 맞고 A러프, 그것도 아주 좋은 라이로 안착했다. 영락없는 54번째홀 데자뷰였다.
#에피소드4-세 번째샷을 홀 5m 지점에 떨궜다. 경쟁자보다 더 멀었다. 게다가 옆라인이라 버디가 쉬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가장 자신있는 퍼트 거리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퍼터 페이스를 떠난 볼은 잠시 뒤 홀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큐티풀’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의 2주 연속 우승을 견인한 순간들이다. 그는 지난 6월30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총상금 8억 원)에서 우승했다.
시즌 3승, 통산 7승째다. 7차례 우승 중 절반 이상인 4승이 연장전 승부에서 거둬 ‘연장전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이 붙게 됐다. 연장전 패배는 딱 한 번 뿐이다. 박현경이 한 시즌에 3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시즌 3승은 이예원(21·KB금융그룹)에 이어 두 번째다.
놀라운 사실은 2주 연속 연장전 우승이라는 점이다. 박현경은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 컵에서 윤이나(21·하이트진로)와 연장 4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했다. 윤이나는 이 대회에서는 기권했다. 2주 연속 연장전 우승은 KLPGA투어 출범 이후 박현경이 처음이다.
당연히 흥행대박이다. 1일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 코리아의 발표에 의하면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 평균 시청률이 0.720%, 최종라운드 시청률은 1.134%(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로 집계됐다. 연장전 순간 시청률은 2.047%(오후 4시경)까지 치솟았다. 이는 올해 SBS골프가 단독 생중계한 KLPGA 중계 중 최고 시청률 기록이다.
뿐만 아니다. 2015년 창설해 올해로 10회째인 이 대회의 역대 최고 시청률이다. 기존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 기존 최고 기록은 김민선5가 우승했던 2020년 대회로 당시 최종 라운드 시청률은 1.035%였다.
박현경은 오는 4일부터 나흘간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열리는 롯데오픈에 출전해 시즌 4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는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24)과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김효주(28·이상 롯데)가 출전한다.
박현경이 이들을 상대로 자신이 투어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임을 다시 한번 입증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