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레이스 지속 의지…가족들도 ‘사퇴 말라’ 설득”

입력 2024-07-01 06:21 수정 2024-07-01 08:39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위해 손녀 나탈리(맨왼쪽), 피네건과 함께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족들로부터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해선 안 되고, 계속 싸워야 한다는 설득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핵심 고문들에게 레이스를 지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며, 분위기를 쇄신할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선 후보 교체들 둘러싼 민주당 혼돈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별장인 전날부터 캠프 데이비드에서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장남 헌터를 포함한 가족들과 모여 TV토론 이후 급증한 민주당 불안을 잠재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래 유명 포토그래퍼 애니 레이보비츠와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캠프 데이비드 계획을 세웠지만, TV토론 후폭풍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메인 주제로 올랐다고 한다.

NYT는 “그의 가족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얼마나 잘못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4년 더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스에 남아 계속 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 압력을 거부하라고 강력하게 조언한 사람 중 한 명은 헌터였다고 한다. 헌터는 유권자들이 TV토론에서 나온 비틀거리며 노쇠한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지각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길 원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손자 중 한 명은 SNS에서 인플루언서들과 대화하는 등 캠페인에 더 많이 참여하겠다는 의견도 표명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향후 캠페인 진행 방식에 대해 고문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고, 그의 참모들은 내러티브를 바꾸는 방법으로 기자회견, 언론 인터뷰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대통령이 사퇴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퇴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가장 잘 전달할 방법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중 일부는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어니타 던 백악관 선임고문, 대통령 개인 변호사 밥 바우어 등 이번 TV토론을 준비한 핵심 고문들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고 한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왜 통계 수치에 과부하가 걸리도록 했는지 추궁했고, 토론 때 창백하게 보이도록 메이크업을 한 것에 대해 화를 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이들에 대해 신뢰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 이후 자신이 잘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클레인 비서실장, 절친인 테드 카우프만, 역사학자 존 미참 등 핵심 측근들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선거를 뒤집으려 시도하고, 토론 중에 수많은 허위 진술을 한 중범죄자 트럼프와 대조를 보이기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그와 통화한 사람이 NYT에 전했다.

일부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경선에 남을 가능성이 ‘4~5대 1’ 정도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진로를 바꿀 유일한 방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막고, 국가를 회복한 뒤 다음 세대로의 전환 역할을 했다’는 과거 공약을 인정받는 품위 있는 퇴로를 제공받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도 이날 주요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레이스 지속을 역설했다.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은 NBC방송에서 “바이든은 (TV토론) 90분이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그의 인품과 패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도 “(바이든 나이) 81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도 마찬가지”라며 “바이든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물러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전날 MSNBC에 나와 “나는 누가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어 민주당 혼란은 커지고 있다. CNN 방송은 영향력 있는 민주당 후원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것이 더 큰 자기 파괴적 행위라는 우려, 당 차원에서 여파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혼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며 거취 문제를 둘러싼 내부 논의 사실을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과 인지력을 우려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CBS방송이 유거브에 의뢰한 조사(지난 28∼29일, 등록 유권자 1130명 대상)에서 응답자 72%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출마 반대를 답했다. 지난 2월(63%)보다 9% 포인트 늘었다. 민주당원 중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출마 반대 응답이 46%를 기록 같은 기간 10% 포인트 급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맡을 정신 건강과 인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7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49%)에 대한 우려보다 23% 포인트 높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