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농군학교 일가선생 사상…현대적으로 재해석할 것”

입력 2024-06-30 17:41 수정 2024-07-01 09:23
김현 변호사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일가재단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일가 선생님의 복민주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시대정신이고 가르침입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맞춰 일가사상을 재해석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제6대 일가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김현(68·남포교회 안수집사)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의 취임 포부다. 일가재단은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해 농민·신앙운동을 펼친 일가(一家) 김용기(1909~1988) 장로의 복민주의 사상을 범국민 사회운동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1989년 발족한 비영리단체다.

김 신임 이사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워싱턴대에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90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등을 역임했으며 2010년부터 일가재단 이사로 활동해왔다. 김 이사장을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일가재단에 몸 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5년 일가재단 제3대 이사장인 정희경 이사장님과 함께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했던 것이 일가재단과의 첫 인연이었다. 당시 북한 대기아 사태로 북한 청진시에 고아 3000명이 발생한 사건의 있었는데,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돈을 모아서 어린이 동복 3000벌을 준비했던 경험이 생각난다. 정 이사장님이 2010년 일가재단에 이사로 합류하라고 제안하셨을때 권유를 받아들였다.”

-일가 김용기 선생이 설립한 가나안농군학교는 1970~80년대 주목받았다. 최첨단 AI시대에 접어든 현대 사회 속에서 가나안농군학교와 일가재단의 역할은 무엇일까.
“농군운동과 농민운동으로 시작됐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며 농업운동의 중요성이 예전같지 않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념갈등 세대갈등 등 위기에 빠져있다. 가령 MZ세대들이 갖고 있는 넘치는 생각을 기존세대들이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 등이 보인다. 지금은 세대와 이념을 넘나들어 정신 운동으로 통합해야할 때다.
일가재단은 굉장한 역사를 가진 사회단체다. 그러나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우리 역시 사회와 함께 변화해야한다는 위기 의식을 갖게 됐다. 70년대 생활운동에 모태가 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과제라고 생각한다. 4년동안 과거의 그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나안농군학교의 설립자 김용기 장로와 개척의 종. 일가재단 제공

-이를 위해 재단이 나아갈 방향은.
“혁신과 국제화, 외부 개방이 핵심이다. 또 일가재단은 기독교 정신으로 시작됐으며 기독교 사역·봉사가 자랑이다. 어려운 이를 돕고 병자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예수님의 모습처럼 앞으로도 일가재단이 앞장서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사회구호 봉사 등에 적극 나서겠다. 기독교가 더욱 융성하고 더 많은 이들이 기독교 정신을 품을 수 있도록 초기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서 겸손한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를 실천하는 일가재단이 되겠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가장 먼저 혁신의 경우, 복민주의를 현대적 의미에서 재해석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매달 열리는 일가조찬모임에 AI를 도입해 젊은 세대가 유입될 수 있도록 개편을 진행하고 바이오 AI 등 혁신 기술로 공익에 기여하신 분들을 일가상 산업부문 수상자로 발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화의 경우, 최근에는 일가상을 내국인에게 주로 시상했는데 지구촌을 위해 봉사하는 숨은 일꾼을 찾도록 외국인 수상자 발굴에 힘쓸 계획이다. 외부 개방의 경우 일가상 수상자들의 삶과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 참여 계층을 확대시켜 이 시대에도 유효한 복민주의를 맛보게 할 예정이다. 재단 내에서만 머무르면 편하지만 발전이 없을 수 있기에 외부에 수혈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예정이다.
또 일가 선생님의 생애·생각을 콘텐츠로 제작해 청년들에게 일가재단을 노출시키려고 한다. 현재 웹툰만화를 제작 중에 있다. 끝으로 여성들이 지도자로 서서 함께 일가재단에 기여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여성을 대거 발탁하고 중요한 위치에 포진하게 할 것이다.”

-신앙인으로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중학교 1학년 시절, 영어 선생님의 권유로 출석하게 된 안동교회 주일학교에서 하나님을 처음 만났다. 미국 유학을 가기 전까지 여러 교회에서 다양한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어보고 청년부에서 안수를 받는 등 신앙생활을 이어왔지만 신앙심이 깊지는 못했다. 신앙이 뜨거워진 계기는 아내 백경미 권사다. 아내와 함께 성경공부도 하고 출근하기 전과 식사하기 전, 잠에 들기 전 꼬박꼬박 함께 기도를 드리고 있다. 함께 기도를 드리니 하나님께서 가정을 붙들어주셔서 하루하루 화목하고 안정적일뿐만 아니라 사랑에 찬 나날이다.”

-일가재단 신임 이사장으로서의 포부도 남다를 것 같다.
“인류의 스승 마하트마 간디는 ‘진리를 숭배하는 사람도 어둠 속에서 더듬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슨 일을 할 때 관습만 존중해서는 안되며 늘 바로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 때는 고백하고 속죄해야 한다. 이 마음가짐을 항상 잊지 않겠다.
부족하지만 제6대 이사장을 맡게 돼 영광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일가재단이 본연의 사명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 일가사상의 연구와 전파, 일가사상의 현대적 실천 사업을 더욱 힘차게 펼쳐나가겠다.”

김용기 장로가 1968년 제1가나안농군학교에서 여대생들에게 '개척의 종'의 의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일가재단 제공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