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정, 9언더 코스 레코드 타이로 단독 선두

입력 2024-06-28 16:31
서연정. KLPGA

서연정(29·요진건설)은 올해로 투어 데뷔 11년째를 맞았다. ‘벤틀리 소녀’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고참 선수 축에 속한다.

그는 작년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KLPGA투어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데뷔 이후 260경기만의 감격적인 우승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골프팬들은 그를 ‘벤틀리 소녀’로 더 기억하고 있다.

그 연유는 이렇다. 2012년 한화클래식 1라운드 때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서연정은 17번 홀(파3)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마침 그 홀에는 2억7700만 원 상당의 벤틀리 자동차가 부상으로 걸려 있었다.

하지만 서연정은 자동차를 가져가지 못했다. 아마추어 선수는 프로 대회에서 500달러 이상의 상금 또 상품을 받을 수 없다는 KLPGA투어 규정 때문이었다. 그 후 팬들은 ‘벤틀리 소녀’로 부르며 서연정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서연정은 투어 데뷔 10년째를 맞아 작년에 K-10 CLUB에 가입했다. 그리고 생애 첫 승의 물꼬를 틀면서 올 시즌이 기대됐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4개 대회에 출전해 9차례 컷을 통과했으나 ‘톱10’ 입상은 한 차례 뿐이었다. 시즌 상금 순위 57위, 대상 포인트 59위로 밀렸다.

그랬던 서연정이 생애 두 번째 우승을 향한 쾌조의 출발을 했다. 28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G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맥콜·모나용평 오픈(총상금 8억 원)에서다. 오전조로 출발한 서연정은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9개를 쓸어 담아 9언더파 63타를 쳤다.

63타는 2017년 이 대회에서 최혜진이 세운 코스 레코드와 타이다. 안지현이 2021년 대회에서 10언더파 62타를 친 적이 있지만, 악천후로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했기에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윤이나. KLPGA

서연정은 “초반 6개 홀을 계속 파로 마무리해서 버디가 잘 안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16번 홀에서 버디가 한 번 나온 이후에 칩인 버디도 하고, 연속 버디도 하면서 결과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런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코스 컨디션이 좋았다. 티샷이 러프로 많이 가지 않아 플레이가 수월했다. 그린 스피드도 나랑 잘 맞았다”면서 “5개 홀 연속 버디도 정규투어 데뷔 후 처음이다. 그래서 이 기록도 만족스럽다”고 기뻐했다.

10번 홀(파5)에서 출발한 서연정은 16번 홀(파4)부터 후반 2번 홀(파3)까지 5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남은 이틀간 티샷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서연정은 “지난 대회 때 부모님이 오셔서 응원해 주셨던 게 이번 대회까지 자신 있게 칠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면서 “이번 대회도 자신 있게 나만의 플레이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한편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윤이나(21·하이트진로)는 3개홀을 남긴 상태서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그 때까지 윤이나는 4타를 잃고 있었다.

평창=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