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도 사형하라”…8세 죽인 13세 소년에 中여론 분노

입력 2024-06-27 15:19
평소 궁양을 돌봤던 할아버지가 사망한 궁양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중국에서 8세 여아를 끔찍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10대 소년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미성년자도 사형에 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궁모(8)양 살해 혐의를 받는 샤오랑(가명)에 대한 첫 재판이 이날 간쑤성 룽시현 법원에서 열렸다.

샤오랑(13)은 2022년 9월 25일 간쑤성 딩시시 퉁웨이현 한 마을에서 궁양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마을은 약 40가구가 옥수수와 감자밭 사이에 모여 사는 빈민 지역인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량은 궁양을 산속으로 유인해 미리 준비해둔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궁양의 아버지는 샤오량에 대해 “가깝진 않았지만 얼굴을 알고 지내던 이웃”이라고 말했다. 면식범인 데다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해 중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샤오랑은 평소 어머니의 엄격한 훈육에 여성을 향한 증오심을 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의 어머니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학업 문제로 아들을 때렸다고 인정했다. 그는 샤오량의 학급 친구들이 대변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등 아들을 괴롭혀왔다고도 말했다.

현지에서는 샤오랑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최대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쑤밍웨 베이징사범대 법학원 부교수는 신경보에 “미성년자는 사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중죄가 성립되고 죄질이 매우 나쁘면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미성년자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양이 살아있을때 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 뉴욕타임스 캡처

궁양 아버지는 미성년자 사형을 금지하는 현행법에 분노했다. 그는 NYT에 “법은 미성년자를 보호한다고 한다. 그런데 떠나보낸 내 딸은 보호를 받았는가”라고 반문했다.

범행 당시 13세였던 샤오랑이 기소돼 재판정에 서게 된 것은 그나마 형사처벌 가능 연령이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13세 소년이 10대 소녀를 살해한 다른 사건을 계기로 2021년 3월부터 고의 살인, 고의 상해 등 일부 범죄에 대한 촉법소년 나이를 12세로 낮췄다. 이 사건은 형법 개정안을 적용받는 첫 사례다.

NYT는 이번 사건이 올해 다른 10대들의 흉악 범죄와 맞물려 미성년 범죄자도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중국 내 여론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에는 한 소년이 네 살짜리 아이를 분뇨 탱크로 떠밀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살 미만이라는 이유로 공소가 취소됐다. 지난 3월 중부 한단시에서는 동급생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비닐하우스에 암매장한 혐의로 13세 소년 3명이 기소됐다.

궁양의 아버지는 160㎞ 이상 떨어진 외지에서 건설일을 하느라 평소 궁양을 자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궁양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은 날 곧장 본가로 달려왔으나 도착했을 땐 이미 딸의 시신이 발견된 뒤였다. 그는 NYT에 “마을에 일자리가 없어 먼 곳에서 일했다. 자식에게 좋은 미래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궁양을 돌본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궁양이 사망한 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