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전남도가 국가 차원의 제2기 5·18 진상조사 기구 설치와 5·18정신 헌법 전문수록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 정치권 대립 등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가 26일 4년여의 조사 활동을 마쳤으나 진상규명과 정신 계승이 미흡하다는 시·도민 여론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광주시는 27일 5·18 조사위가 장기간 직권조사를 거쳐 발표한 종합보고서에 대해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조사위 성적표가 ‘냉혹한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박용수 민주인권평화국장은 “국가폭력에 의한 반인도적 인명 살상 범죄는 시효가 배제된다”며 “국가적 책임하에 지속적인 5·18 진상규명 조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허위로 드러난 북한군 개입설과 민간인 집단학살, 계엄군의 성폭행을 밝혀내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발포명령자, 암매장의 진실, 5·18은폐 조작 등 6개 핵심과제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18 당시 국내 정세에 영향을 준 미국, 일본의 역할과 동향이 제외되는 등 직권조사 종합보고서 상당 부분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계엄군 입장을 지나치게 대변해 5·18 왜곡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사위 종합보고서를 신속히 분석·평가하고 향후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해 항구적 ‘5·18 진상규명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치권과 의기투합해 5·18 특별법 개정 또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제2기 조사위를 포함한 항구적 조사기관 설치와 5·18 기념사업의 국가지원을 의무화하는 가칭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박 국장은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진실 고백을 토대로 항구적 조사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하고 5·18정신의 헌법적 위상 정립을 위한 헌법 전문 수록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시는 “조사위가 그동안 2000여 명의 계엄군을 대면·서면 조사해 400여 명에게 의미 있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 이들과 꾸준히 소통하면 지금까지 감춰진 발포명령자, 암매장 장소를 밝혀내는 등 훨씬 진전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남도는 5·18 조사위 활동 마감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44년 만에 나온 국가 차원 최초의 진상 보고서가 핵심 의혹을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하루빨리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돼 그날의 진실이 온전히 후대에 전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시적 기구로 4년이 넘는 활동을 마친 5·18 조사위 역시 역사적 과제가 풀리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종철 5·18 조사위 부위원장은 “강제 수사권이 없고 직접적 압수수색을 하지 못해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며 “제2기 조사위가 만들어진다면 그런 부분에 천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