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려워지는 선교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미래 선교 해법을 모색하는 선교사 세미나가 부산에서 열렸다. 세미나 강사들의 강연은 네 가지로 요약됐다. ①지역 아닌 문화를 넘어라 ②다음세대 니즈를 읽어라 ③이주민(디아스포라)에 집중하라 ④‘선교적 교회’가 돼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신 총회의 합신총회세계선교회(HIS·이사장 이재헌 목사)는 26일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에서 ‘2024 HIS 선교사대회’ 둘째 날 일정을 진행했다.
신학생과 젊은 선교사 등 선교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적응은 고사하고 따라가기에 급급한 게 한국교회 선교 현실이다. 대회에 참석한 HIS 소속 31개국 260여명의 선교사들 역시 이런 위기에 공감했다.
미션파트너스 대표인 한철호 선교사는 전날 ‘세계선교의 변화와 도전’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제는 해외로 가는 것(overseas)이 아니라, 문화를 넘어 혹은 문화가 교차하는 과정(cross-cultural)에서 복음이 전파된다는 점을 한국교회는 여전히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선교가 지리적 경계가 아닌 문화의 경계를 넘고, 사람을 향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선교의 대상인 사람과 그가 속한 공동체의 문화, 사상, 종교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했다.
한 선교사는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단순한 선교사 수 증가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선교사가 얼마나 많은 교회를 개척했는가 대신 현지 교회가 스스로 배가하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선교사가 무엇을 했는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한국 교회와 선교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사안인 기독 청년과 다음세대를 선교 동원의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국내에 들어온 다양한 외국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해와 함께 여성 선교사의 역할과 전문성을 확대할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조봉희 지구촌교회 선교목사도 대회 둘째 날 강연에서 탈북민을 비롯한 국내외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한 선교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선교 방향이 다음세대뿐만 아니라 ‘다음시대’를 준비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가는 선교’, ‘보내는 선교’에서 벗어나 ‘품는 선교’를 해야 한다”며 “이민목회 시대가 아니라 이주민 목회를 해야 할 때이다”고 단언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300만 명이 넘고 해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출입국자가 2000만 명이 넘는 현시대에 맞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품는 선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조 목사는 또 한국교회가 다섯 가지 차원에서 북한 선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첫째, 인도적 지원을 통한 ‘앞문선교’, 둘째, 탈북 지원과 해외 탈북자 돌봄을 포함한 ‘뒷문선교’, 셋째, 여러 국제단체를 동원한 ‘옆문선교’, 넷째, 방송, 매스컴, 문화, IT를 통한 ‘윗문선교’, 다섯째, 통일 목회자와 크리스천 리더 등을 양성하는 ‘영문선교’이다.
선교한국 사무총장인 최욥 선교사는 ‘차세대 선교 동원’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젊은 세대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 선교에 대한 다음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교에 헌신한 청년들은 목회자와의 소통을 원하고 특히 교회의 선교정책 수립 및 적용에 있어서 자신들 또한 선교의 한 주체로서 존중받기를 원하고 있다”며 “교회의 목회자들은 과거 자신을 헌신하게 했던 ‘무엇이 진리고 참이냐’ 같은 질문과 답에만 머무르지 말고 성경해석과 사역에 있어서 미학과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MZ·알파 세대의 성향에도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교회 곳곳에서 진행되는 선교대회와 교회와 선교 사역의 융합 방향성을 고찰해보는 유의미한 발언도 들을 수 있었다. 김명호 일산 대림교회 목사는 선교사와 지역교회의 교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선교대회가 단순한 선교사들의 모임을 넘어서, 국내 이주민이나 탈북민을 위한 선교법을 논의하고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를 함께 고민하며, 교회와 선교사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목사는 “선교사가 현장 사역에 국한되지 않고 ‘네트워커’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선교 현지에 교회를 세우고, 한국교회와 연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며, 선교의 전문 지식을 한국교회에 자리 잡게 만드는 동역자이자 헬퍼(원조자), 코디네이터로서 활동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이러한 재정립이 교회와 선교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봤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교회 위기의 두 가지 원인을 ‘교회 없는 선교’, ‘선교 없는 교회’로 진단했다. 특히 이 목사는 “선교를 마치 고급 과정으로 두고, 여러 기초 과정을 마친 소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며 ‘보냄 받은 선교사’로서의 의식을 잃어버리고 사는 성도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회와 선교 사역이 항상 균등하게 동반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목사는 “선교학자 마이클 프로스트는 선교가 제자훈련, 예배,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고 상호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선교에 대해 사명으로 하나 된 교회, 즉 ‘선교적 교회(미셔널 처치)’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헨드릭 크래머는 ‘위기와 마주치는 것이 곧 진정 교회다워질 가능성과 마주하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했다”며 “우리에게 언제나 위기였던,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 삼으라’는 선교적 사명과 비전을 무릅쓰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이 끝난 후 선교사들은 교회개척, 제자 양육, 이주민 사역 및 가정 사역 등의 주제에 따라 소그룹별로 모여 논의를 이어갔다. 25일 개회한 대회는 27일까지 이어진다.
부산=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