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은 네로 황제가 기독교를 박해하던 시기에(주후 65년 전후로 추정) 사도 바울이 로마에서 복음을 전하다 참수형으로 순교한 날로 미국 및 유럽교회 등 세계교회가 기념하고 있다.
이날을 교계에 처음 소개한 한국순교자의소리(VOMK·대표 현숙 폴리)는 10여년 전부터 매년 사도 바울의 순교 일로 알려진 ‘기독교 순교자의 날’을 전후로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각국의 순교자를 선정, 공표하며 이들의 순교 정신을 알리고 있다. 전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돕고 기도하자는 취지다.
VOMK는 26일 서울 성북구 VOMK 사무실에서 오는 29일 ‘기독교 순교자의 날’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의 순교자로 2004년 중앙아시아 A국에서 순교한 세르게이 비사랍 목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에릭 폴리 VOMK 최고경영자는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헌신하고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신실한 증인으로 살며 순교한 영웅들을 기억할 뿐 아니라 그의 가족, 지금도 신앙 때문에 핍박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VOMK가 올해의 순교자로 선정한 비사랍 목사는 회심하기 전 지하범죄 조직 두목이었지만 회심 후 자신의 삶을 온전히 그리스도께 드렸다. 교도소에서 동료 수감자로부터 복음을 전해 들은 그는 석방 후 복음 사역에 대해 부르심을 확신했다. 비사랍 목사 부부는 중앙아시아 전역을 다니며 말씀을 전하다 한 도시에 정착해 교회를 개척했다.
100개 이상의 무슬림 사원이 있지만 기독교인이 한 명도 없는 지역에서 신실하게 복음을 선포한 결과,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60여명 교인이 출석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도시에 사는 일부 사람들은 신실한 증인의 사명을 감당하는 비사랍 목사에게 불만을 품었다.
2004년 1월 12일 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온 비사랍 목사는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VOMK는 타마라 사모가 남편의 삶과 죽음에서 비롯된 열매를 전했다고 밝혔다. 타마라 사모는 “남편의 장례식이 열리는 동안 아들이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했다. 항상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었던 남편은 믿음이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굳건히 지킬 가치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비사랍 목사의 순교 후 교회 공동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반대로 교회는 더 많은 이들로 채워졌다”며 “그의 죽음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준 생생한 증거가 됐다. 남겨진 그의 가족은 오늘날까지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OMK는 홈페이지를 통해 세르게이 목사 관련해 제작한 동영상을 무료로 제공한다. 교회 소그룹 모임 등에서 이들의 순교 정신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