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일차전지 화재현장 합동 감식에 참여한 김수영 국립 소방연구원 박사는 25일 “그렇게 많은 배터리가 바닥에 널려 있는 화재 현장은 난생처음이었다”고 연합뉴스에 인터뷰했다.
그는 “리튬 배터리 3만4000개를 보관해 둔 상황에서 불이 났다니 엄청난 ‘열 폭주’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소방당국이) ‘불을 끄기 진짜 어려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최초 발화한 배터리가 수 미터를 튕겨 나가 다른 배터리를 충격하고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불길이 옮겨붙었을 것”이라고 발화 과정을 추측했다.
열 폭주는 외부 현상에 의해 배터리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 이상 증가하는 현상이다. 리튬 배터리는 열을 받으면 에너지를 제어하지 못하고 열 폭주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불이 난 건물에 용량이 큰 ‘군 납품용 일차전지’ 완제품이 있어 화재가 더욱 커졌다는 게 김 박사의 분석이다. 김 박사는 “군용은 배터리 용량을 크게 높여 1년 이상 쓸 수 있도록 만든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리튬 배터리 사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화재 대응책은 마땅치 않다. 김 박사는 “리튬 배터리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대부분 전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 화재 현장에서는 무조건 대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리튬 배터리를 써야겠지만 아직 획기적 소화 약재가 개발되지 않아 전 세계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